[연합시론]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 균형 있게 신속히 매듭짓기를
(서울=연합뉴스) 검찰이 과거 권위주의 시절 시국사건 등 인권침해와 검찰권 남용 사례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에 나선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최근 회의를 열고 '검찰 과거사 조사위원회' 설치를 권고했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문무일 검찰총장과 협의해 위원회의 신속한 설치를 약속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8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검찰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 등에서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검찰총장으로선 처음으로 과거사 문제에 사과한 바 있다.
권력기관의 과거사 진상규명과 사과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과거사 정리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자체 위원회를 설치해 후속 작업을 진행했고, 사법부도 이듬해인 2005년 9월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후 과거 법원의 잘못된 판결에 대해 재심 방식으로 과거사를 정리했다. 하지만 검찰은 끝내 이를 외면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2011년 '검찰을 생각한다'는 책에서, 검찰만 유독 과거사 정리를 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그런 차원에서 검찰이 뒤늦게나마 과거사 진상조사를 추진키로 한 것은 다행이다. 검찰은 문 총장 취임 후 '문인간첩단 사건', '구로 농지 강탈 사건', '이수근 위장 간첩 사건' 등 과거 인권침해 수사가 있었던 시국사건 재심을 법원에 청구하는 등 관련 작업을 해왔다. 과거사 진상조사위 설치는 뒤늦게 시작된 검찰의 과거사 청산 노력에 속도를 붙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진상규명 대상이 될 사건과 관련해 과거 군사정권 시절 시국사건뿐만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논란이 됐던 PD수첩 사건이나 '부실 수사' 의혹을 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가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권 행사 과정에서 정치권의 압력을 받고 편파적으로 처리됐거나 명백한 잘못이 지적됐던 사건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파헤쳐 유사한 잘못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함은 당연하다. 다만 아직 수사의 잘못이나 적법성을 따지기 모호한 사건의 경우 신중을 기할 필요도 있다. 또 부처별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적폐청산 작업과 관련해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보복 논란이 일고 있다. 따라서 9명 이내의 민간위원들로 구성될 과거사 진상조사위의 설치와 조사 대상 선정 과정에서 신중함과 균형감각을 유지해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진상조사 작업도 가능한 한 신속히 진행해 검찰이 미래 지향적 자세로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검찰은 잘못된 재심처리 관행도 적극적으로 시정해야 한다. 무죄임이 명백한데도 무죄를 구형하지 않고, 법원 판단에 맡기는 이른바 '백지 구형'이 대표적인 예다. 재심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했다가 징계처분을 받은 임은정 검사에 대해 법무·검찰개혁위기 징계시정을 권고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수사 종료 후 법원에 넘기면 무죄 선고가 명백해 보이는 사건을 무리하게 기소하거나, 기각될 가능성이 큰 사건을 무조건 항소하는 관행도 차제에 바로잡아야 한다. 검찰권 남용이라는 따가운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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