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부르카 금지' 여론 다시 득세…정치권도 논란 조짐
여론조사, 10명 중 6명꼴 지지…일부 정당 "의회서 제기"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에서 이슬람교도 여성들의 전신을 가리는 복장인 부르카와 니캅을 금지하는 국가가 늘고 있는 가운데 덴마크에서도 국민 10명 가운데 6명 이상 꼴로 부르카와 니캅을 금지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를 토대로 일부 정당에서는 이번 가을에 의회에서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할 태세여서 앞서 부르카·니캅 금지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이 내려진 덴마크 정치권에서도 부르카·니캅 금지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인다.
덴마크의 DR 방송이 최근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응답자의 62%가 부르카와 니캅 금지를 지지한다고 답변했지만, 부르카·니캅 금지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23%에 그쳤다고 DR 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12%는 '모르겠다'고 답했고, 3%는 아예 답변을 거부했다.
이런 가운데 포퓰리스트 정당인 '덴마크 국민당(DF)'이 이번 가을에 의회가 열리면 부르카·니캅 금지 문제를 다시 제안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DF는 지금까지 의회에서 세 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제기해왔으며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부르카·니캅 금지에 대한 자당(自黨)의 입장을 국민이 지지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고무돼 있다.
DF의 마르틴 헨릭슨 대변인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라면서 "여론조사 결과는 (부르카·니캅 금지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의회에 있는 다른 정당들도 이 이슈를 다루게 될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르카·니캅 금지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조치가 덴마크에서 이를 착용하는 이슬람교도 여성들을 덴마크 사회에서 더욱 고립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덴마크에서는 부르카·니캅 금지가 덴마크 헌법에 위배된다며 거부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유럽법원에서 프랑스와 벨기에의 부르카·니캅 금지를 허용하는 사례가 나오자 이 문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DR 방송에 따르면 덴마크 의회 내 정당별로 부르카·니캅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보수성향의 정당 가운데 자유동맹당은 부르카·니캅 금지에 반대하고 있으나 보수당은 지지하고 있고, 자유당의 경우 의원들 간에 찬반 입장이 갈려서 분명한 입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인 사회민주당은 부르카·니캅 금지 이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프랑스를 비롯해 네덜란드, 벨기에, 불가리아, 독일의 바바리아주는 공공장소에서 부르카와 니캅의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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