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는 여성 눈에 띄면 죽이겠다" 위협 사우디男 체포(종합)

입력 2017-10-01 17:37
"운전하는 여성 눈에 띄면 죽이겠다" 위협 사우디男 체포(종합)

여성 운전 반대 여론 강력히 무마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운전하는 여성을 발견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사우디아라비아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동부 주(州)에 사는 것으로 밝혀진 한 20대 남성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근 "여자가 운전하는 게 거리에서 눈에 띄면 누구라도 차와 함께 불에 태워 버리겠다"고 협박하는 7초짜리 동영상을 게시했다.

SNS상에서 이 동영상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분노를 일으키자 이 남성은 "모든 게 장난이었다. 이렇게 크게 문제가 되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질지 몰랐다"고 반성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그러나 경찰은 그가 기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일간 아샤르크 알아우사트는 트위터에 "여성 운전에 찬성하는 남자는 아내가 바람난 사람들"이라는 글을 올린 네티즌을 경찰이 추적중이라고 보도했다.

여성 운전이 사우디에서 사회적, 종교적으로 민감한 만큼 사우디 당국이 이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비난하는 경우를 부각해 반대 여론을 강력히 무마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성의 운전을 지지하는 남성의 '선행'도 알려졌다.

알아라비야 방송은 한 사우디 남성이 여성 운전 허용을 기념해 아내에게 고가의 험비 차량을 선물한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라고 전했다.

사우디에서 그간 여성은 운전할 수 없었지만 아버지나 남편 등 남성보호자(마흐람)의 동의로 차량은 소유할 수 있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했던 사우디는 지난달 25일 전격적으로 내년 6월부터 여성 운전을 허용한다는 왕명을 발표했다.

종교계와 학계 등 보수적인 계층도 왕명에 대해 별다르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사우디 언론은 대부분 이번 여성 운전 허용이 여권을 신장하고 경제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사우디 리야드에 있는 누라 빈트압둘라흐만공주 여자대학은 지난달 30일 여성이 운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 기관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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