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해외여행 가는데…연휴에도 바다 지키는 여군 함장들

입력 2017-10-01 10:49
남들은 해외여행 가는데…연휴에도 바다 지키는 여군 함장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우리 해군의 기뢰제거 임무를 수행하는 450t급 소해함 '고령함'의 여군 함장인 안희현 소령은 이번 추석 당일 모항인 경남 진해에서 승조원들과 '피자 파티'를 하기로 했다.

어느 때보다 긴 추석 연휴를 맞아 공항은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으로 북적대고 고속도로는 귀성 차량으로 붐비지만, 안 소령은 해외여행은커녕 귀성도 할 수 없다.

연휴 기간 전방 해역으로 한 달 이상 걸리는 출동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여섯 살과 다섯 살인 두 딸은 연휴를 앞두고 일찌감치 경기도 성남의 시댁으로 보냈다.

해군은 추석을 앞둔 1일 최장의 연휴 기간에도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데 여념이 없는 여군 함장 2명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안희현 소령은 우리 해군 사상 최초의 여군 함장으로, 지난 8월 고령함에 부임했다.

안 소령은 남편이 해군사관학교 1년 선배인 신주호 해병 소령이다. 신 소령도 경기도 발안 해병대사령부 정보상황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어 연휴 기간 만날 수 없다.

안 소령은 "대다수 군인들이 추석 연휴 기간 가족과 떨어져 지낸다"며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하지만, 군복을 입은 군인이자 함장으로서 임무 완수와 승조원들의 사기 진작이 우선"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안희현 소령과 함께 해군 최초의 여군 함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임관 동기 안미영 소령도 추석 연휴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고속정 편대장인 안 소령은 지난달 26일 2주에 걸친 출동 임무를 마치고 모항인 부산작전기지로 복귀했지만, 안 소령이 지휘하는 고속정 2척은 연휴 기간 출동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출동준비태세는 명령이 떨어지면 30분 안으로 함정이 출항할 수 있는 상태로, 장교·부사관은 퇴근은 할 수 있어도 장거리 출타는 할 수 없다.

지난 7월 고속정 편대장에 부임한 안 소령은 이제 겨우 첫 돌을 지낸 딸조차 만나기 어렵다. 딸은 경남 진주에서 남편과 시부모님이 키우는데 지난달 30일 첫 돌을 맞아 엄마가 있는 부산으로 왔다.

안 소령의 시어머니 허종자 씨는 "나랏일 하는 며느리에게 항상 '딸은 내가 잘 키우고 있으니 전혀 걱정하지 말고 바다 지키는 일에만 집중해라'고 한다"며 "군복을 입고 군함을 지휘하는 며느리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안 소령은 남들이 다 쉬는 추석 연휴도 없지만, 눈에 밟히던 딸을 오랜만에 보게 돼 절로 웃음이 나온다.

안 소령은 "해상에서 긴급 상황이나 해양재난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출동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대기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 가족을 비롯한 국민들이 편안하게 추석 연휴를 보낼 수 있도록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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