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에 '열 받은' 북극곰, 교과서 '퇴출'…"손가락이 부적절"
터키 교육부, 비속행위 묘사한 카툰 실린 교과서 전량 회수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유빙 위에 고립돼 어찌할 바를 모르는 북극곰의 사진은 기후변화의 경각심을 드러내는 이미지로 자주 쓰인다.
터키에서 올해 가을학기 개학(이달 18일)을 앞두고 배포한 중학교 2학년 교과서에도 얼음덩이 위에 간신히 서 있는 북극곰의 모습을 담은 카툰이 실렸다.
카툰 속 북극해는 빙하가 거의 녹아 작은 얼음조각이 떠다니는 상태다. 북극곰은 자기 몸만 한 좁은 유빙 위에 겨우 버티고 있고, 그 옆에는 북극해에 빠져 떨고 있는 남자가 보인다.
남자를 향해 도움의 손(앞발)을 내미는 듯한 북극곰 위에 그려진 말풍선에는 "내 손을 잡아"라는 대사가 들어갔다.
기후변화의 피해자 북극곰을 내세워 학생들에게 환경보전 인식을 심어주고자 이 카툰을 수록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배포된 교과서에 실린 이 삽화를 본 교사들은 깜짝 놀랐다.
북극곰이 사람을 향해 뻗은 손이 '손가락 욕' 모양을 하고 있었다. 북극곰이 "내 손을 잡아"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기후변화를 일으킨 인간에게 "X먹어"라는 비속어를 날린 것이다.
교사들은 비속행위가 담긴 이 카툰이 어린 학생을 가르치는 교과서에는 부적절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1일 일간지 비르귄 등 터키언론에 따르면 논란을 인지한 터키 교육부는 "18명이 점검했는데 부적절한 카툰이 실린 것을 잡아내지 못했다"고 시인하고 개학 직전 이 교과서를 전량 회수토록 했다.
논란이 일면서 필진이 이 카툰을 교과서에 무단으로 실은 사실도 드러났다.
카툰 작가인 셀추크 에르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허락을 안 받고 카툰을 사용하시면 이런 불상사가 생깁니다. (필진이) 미리 물어봤다면 저는 이 카툰이 교과서에 적절치 않다고 말했을 겁니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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