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출제기관 수장 넉달째 공백…수능 열흘 전 선임될 듯
'출제오류' 교육과정평가원장 6월말 지각사퇴…후임자 공모 무산
재공모 원서 마감…연휴 직후 3배수 압축해 11월3일께 임명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넉 달째 원장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과정평가원은 수장 공백 속에서 작년 수능에 이어 지난 9월 모의평가에서도 출제 오류가 발생하자 올해 수능에서는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막바지 준비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김영수 전 평가원장이 지난 6월 말 지난해 수능 출제 오류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후임자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능일(11월 16일)까지 4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원장이 공석인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다.
평가원장 임명권을 지닌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후임자 인선을 위해 9월 초 원장 공모를 해 최종 후보 3명을 심사했지만, '적격자 없음' 결론을 내렸다.
연구회는 곧바로 원장 재공모 절차에 들어가 9월 22일 지원자 접수를 마쳤다.
추석 연휴가 끝나는 대로 후보를 3배수로 압축하는 데 이어 11월 3일께 후보별 정책 발표를 듣고 원장을 임명할 예정이다. 수능 열흘 전쯤에야 새 원장이 결정되는 것이다.
원장 공석 사태는 지난 6월 28일 김 전 원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서를 내면서 비롯됐다.
정확한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수능 이후 출제 오류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조기 대선으로 정권까지 바뀐 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원장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2017학년도 수능에서 출제 오류가 발생한 뒤 줄곧 거취에 주목을 받아왔다. 수능 문제에 오류가 있는 경우 보통은 평가원장이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퇴해왔다.
지난해 수능은 한국사 14번 문항에서 복수정답이 인정됐고, 물리Ⅱ 9번 문항은 보기 중에 정답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김 전 원장의 사퇴로 평가원은 이화진 부원장의 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지만, 원장 부재 상황에서 또다시 악재가 이어졌다.
수능의 출제 방향과 난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통하는 9월 모의평가에서 복수정답이 인정되는가 하면 정답이 바뀌는 일도 있었다.
지구과학Ⅰ 17번 문제에 제시된 판(plate)의 이동 방향이 명확하지 않아 기존 정답인 ①번 외에 ⑤번도 정답으로 인정됐다. 정삼각형 무게중심을 알아보는 데 사용하는 작도 방법을 찾는 기초제도 18번 문제는 정답이 ③번에서 ⑤번으로 바뀌었다.
수능 출제 오류가 계속되자 평가원은 올해 3월 오류 개선 보완 방안을 발표하고 출제 근거 확인을 강화한다고 밝혔지만, 불과 몇 달 만에 오류가 재발한 것이다.
평가원은 출제 오류 개선 보완 방안을 다시 점검해 수능에서는 오류가 없도록 해야 한다며 초비상이 걸렸다.
원장마저 없는 상황에서 출제 오류가 계속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각오로 원장 직무대행과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를 중심으로 초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평가원 관계자는 "원장이 여러 달째 없는 데다 9월 모의평가에서 삐끗하는 바람에 내부적으로 많이 긴장돼 있다. 수능에서 또다시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심기일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수능 출제는 전문가들 중심으로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원장 부재에 따른 업무 차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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