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100명, 신고리 5·6호기 토론회서 양측에 '질문공세'

입력 2017-09-30 17:10
고교생 100명, 신고리 5·6호기 토론회서 양측에 '질문공세'

"핵폐기물 해결할 수 있나", "태양력·수력 불리하지 않나"

공론화위 "5·6호기 문제는 미래세대 삶과 밀접한 관련"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사용 후 핵폐기물을 해결할 방법이 있나요", "한국은 태양력·수력발전을 하기 불리하지 않나요",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나면 어떻게 대피하나요"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가 3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한 '미래세대 토론회'에 참석한 서울 시내 17개 고등학교 학생 100명은 건설중단·건설재개 양측 발제자에게 앞다퉈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건설중단 측에서는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건설재개 측에서는 김명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각각 25분씩 발제를 한 후 학생들의 질문을 받았다.

윤 교수는 "한국은 원전밀집도가 세계 1위이고, 특히 신고리5·6호기가 추가되면 무려 10기의 원전이 한곳에 있게 된다. 반경 30㎞의 인구가 382만 명이다. 사고가 나면 도망갈 수가 없다"며 "역사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과거 7.5 규모의 지진 발생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또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비정상적으로 낮다. 사회적, 환경적 요금이 충분히 반영이 안 됐다"며 "사용후핵연료 관리비용으로 64조 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나는 살다 죽을 것이고 여러분이 (그 비용을) 다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저준위 방사선폐기물 처리장 건립도 그렇고, 천성산 터널공사와 사패산 터널공사도 그렇고 공사하면 큰일 날 것처럼 했는데 아무 일이 없었다. 너무 지나친 소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 국가적인 사업을 하기 힘들다"며 "한국은 원전만큼 싼 게 없다. 전기가 싸서 불만인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한국은 원전밀집도만 높은 게 아니라 스타벅스·로봇·석탄발전 밀집도도 1위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고 해서 고층건물을 안 짓는 게 아니다"면서 "신고리5·6호기는 고장이 나도 방사능이 누출 안 되게 설계했고 99.9999%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두 교수의 발표를 들은 고교생들은 앞다퉈 손을 들고 질문했다.

용산고 조모 군은 "전기가 싸니까 시민이나 기업이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인식이 생긴다. 원전으로 싼 전기를 계속 공급하는 게 문제가 될 수 있지 않으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 교수는 "휘발윳값은 반 이상이 세금이다. 발전단가가 싼 것과 세제를 변화시키는 문제는 다르다"면서 "원전을 이용한 발전단가에는 이미 폐로비용, 사고처리비용까지 포함돼 있다"고 답했다.

경복고 박모 군은 "한국은 태양력·수력발전은 불리하다.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이 많아지면 우라늄 수요가 줄어서 가격이 더 낮아지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윤 교수는 "도시에 지붕과 벽면을 활용하면 태양광도 충분히 가능하다. 우라늄 가격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본래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고 설명했다.

숭의여고 함모 양은 "사용후핵폐기물을 방치하고 있다는데 언제쯤 해결될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고, 이에 김 교수는 "눈에 보이는 곳에 중간저장시설을 설치해 보관했다가 500m 땅을 파서 넣어두면 문제가 없다. 사람이 바로 옆을 지나가도 안전한 시설"이라며 "막연한 마음속의 감정·의견과 팩트는 다르다"고 밝혔다.

'불가항력(act of God)의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 섞인 질문도 나왔는데 김 교수는 "일본은 지진대에 있고, 우리는 환경적으로 일본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안전하다. 지금 짓는 원전은 그런 사고에 대한 대비책도 갖췄다"고 답변했다.

이외에도 학생들과 두 교수 간의 다양한 질의·응답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공론화위 이희진 대변인은 "5·6호기 건설문제는 우리 사회·생활에 직접 관련성이 큰 사안이다. 특히 미래세대의 주역인 여러분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청소년 여러분이 소중한 시간을 내준 게 아깝지 않도록 여러분의 의견을 공론화 과정에 꼭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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