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3일 은퇴식에서는 '이승엽다운 스윙'으로"

입력 2017-09-30 16:20
이승엽 "3일 은퇴식에서는 '이승엽다운 스윙'으로"

"마지막 경기만큼은 주인공이고 싶어…두 아들 앞에서 강한 아빠로"

"삼성에서 뛴 15년 동안 버스 운전해주신 기사님들께도 감사"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이승엽다운 홈런 스윙'을 볼 수 있다.

이승엽은 9번째이자 마지막 원정 은퇴 투어가 열린 30일 잠실구장에서 치르는 LG 트윈스와 방문 경기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최근 쇄골 쪽에 통증을 느낀 이승엽은 타석에 설 기회를 후배들에게 양보하고 있다.

그는 "지금 내 몸 상태는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년에 뛸 후배들이 경기에 나서는 게 맞다"고 몸을 낮췄다.

하지만 자신의 현역 마지막 경기가 될 10월 3일 대구 넥센 히어로즈전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다.

이승엽은 "10월 3일 경기를 최상의 몸 상태로 치르고자 준비 중이다. (후반기에는) 배트 스피드가 떨어져서 배트를 짧게 쥐고 경기를 치렀는데 마지막 경기는 예전의 이승엽처럼 배트를 길게 쥐고 타격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마지막을 장식하겠다는 의지다.

'가장'으로서의 목표도 있다. 이승엽은 "두 아들(은혁, 은준 군)에게는 누구보다 강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고 싶다. 또한 아내(이송정 씨)가 처음으로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와 시구한다"며 "그날만큼은 내가 주인공이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3일 선발로 나서는 백정현에게 '그날 경기는 꼭 이겨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고 웃었다.

이승엽의 은퇴식이 열리는 10월 3일 대구경기 입장권은 매진됐다. 암표가 고가에 팔린다는 뉴스도 나왔다.

이승엽은 "입장권이 모두 팔린 건 영광이다. 하지만 암표 소식은 걱정이다"라며 "암표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바라기도 했다.

이승엽은 이날과 10월 1일 잠실 LG전을 끝으로 '방문 경기' 일정을 마친다.

대구로 내려가는 하행선 구단 버스만 타면, 다시는 선수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없다.

이승엽은 "15년 동안 삼성 구단 버스를 탔다. 구단 버스 기사님들이 나와 동료의 안전을 책임져주셨다"며 "그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야구의 자랑 이승엽다운 인사였다.

이승엽의 마지막 원정 투어가 열리는 곳은 잠실이다.

'타자 이승엽'이 첫 기록을 남긴 땅이다. 1995년 4월 15일 잠실 LG전에서 이승엽은 1-1로 맞선 9회 초 류중일(전 삼성 감독)의 대타로 나서 우완 김용수를 상대로 중전안타를 쳤다. 그의 첫 안타다.

이승엽은 "프로 첫 안타를 친 날은 기억한다"며 "1990년대 잠실의 뜨거운 기운도 기억하고 있다. 정말 내가 선수 생활을 오래 하긴 했다"고 웃었다.

한국 야구를 화려하게 수놓은 이승엽의 긴 여정의 끝이 보인다.

잠실야구장을 바라보는 이승엽의 눈이 반짝 빛났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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