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PS 등판 가능성 언급만으로도 '기적' 같은 시즌
2015년 어깨 수술 뒤 재활 이겨내고 빅리그 선발 마운드 복귀
시즌 최종 성적 5승 9패 평균자책점 3.84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류현진(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7%의 벽'을 뛰어넘은 기적을 이번 시즌 보여줬다.
적지 않은 자본이 쏠리는 스포츠 의학은 매년 눈부신 발전을 이룬다.
그렇지만 어깨는 아직 인간이 완전하게 정복하지 못한 영역이다. 여러 근육과 인대, 신경이 그물망처럼 얽힌 어깨는 일단 칼을 댔다 하면 대다수 선수에게 '재기불능' 신호를 보낸다.
2015년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은 류현진 역시 비슷한 처지였다. 현지 언론은 어깨 때문에 수술대에 올랐던 선수 중 예전 기량을 회복한 건 전체 7%밖에 안 된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물론 로저 클레멘스, 커트 실링 등 어깨 수술 이후에도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호령한 사례도 있다.
그렇지만 류현진도 그들의 전철을 밟을 거라고 무작정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류현진은 2016년 잠시나마 복귀해 마운드에 올랐지만, 단 1경기 만에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올라가 팔꿈치에까지 메스를 댔다.
주위에서는 '이제 류현진도 끝난 게 아닌가' 하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숱한 부정적 전망을 뒤로하고 류현진은 올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옥과도 같은 재활을 마치고 마운드에 복귀한 류현진은 올 시즌 내내 생존 경쟁에 시달리면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경기 감각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시즌 초반에는 부진한 성적 때문에 모의고사를, 완전히 감을 잡은 후반기에는 이적생 때문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시즌 중반에는 불펜으로 잠시 자리를 옮기기도 했지만, 류현진은 커터를 장착한 덕분에 선발로 돌아올 수 있었다.
류현진은 브랜던 매카시(6승 4패), 마에다 겐타(12승 6패) 등 경쟁자들이 속속 탈락하는 가운데 선발투수로 시즌을 마감하는 데 성공했다.
류현진은 30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 시즌 최종전에서 2이닝 6피안타(3피홈런) 5실점으로 무너졌다. 정규시즌 최종 성적은 5승 9패 126⅔이닝 평균자책점 3.84다.
10승도, 규정이닝도 채우지 못했지만, 류현진은 무사히 마운드에 복귀한 것만으로도 성공한 시즌이다.
특히 류현진은 10승 투수가 즐비한 다저스 선발진에서 시즌 마지막까지 포스트시즌 4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저스는 아직 류현진과 알렉스 우드 중 누구에게 포스트시즌 선발 마운드를 맡길지 정하지 않았다.
만약 우드가 포스트시즌에 출전해 류현진의 2017년이 여기서 마침표를 찍어도, 충분히 기적과도 같은 시즌을 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저스와 6년 계약을 체결한 류현진은 내년이 계약 기간 마지막 해다.
올해 그가 보여준 구속과 체력, 구종 습득력을 고려하면 진일보한 시즌을 기대하게 한다.
류현진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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