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1위의 역설' LG, 솜방망이에 사라진 가을
'타격 전부문 하위권' 빈약한 타선에 발목 잡혀
황재균 영입설 등 이번 겨울 이적시장 행보 주목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시즌 전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히던 LG 트윈스가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LG는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시즌 최종전(16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3-5로 패했다.
5위 SK 와이번스와 3.5경기 승차를 좁히지 못한 LG는 이로써 남은 3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가을야구 탈락이 확정됐다.
올 시즌 KBO 리그 최대 이변이자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절대적 믿음을 배반한 결과다.
LG는 전날까지 팀 평균자책점 4.28로 10개 구단 가운데 1위를 달렸으나 마운드의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가을야구 구경꾼 신세로 전락했다.
이에 반해 팀 평균자책점 2∼5위인 두산 베어스(4.41), 롯데 자이언츠(4.59), NC 다이노스(4.72), KIA 타이거즈(4.75)는 모두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평균자책점 1위 팀이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경우는 1995년 해태(현 KIA)밖에 없다.
LG가 탄탄한 마운드를 갖추고도 실망스러운 성적을 낸 결정적인 이유는 무기력한 타선 때문이다.
LG의 팀 타율은 0.283로 전체 7위, 팀 득점은 672점으로 9위다.
팀 홈런은 108개로 최하위인 데다 팀 장타율 역시 0.402로 꼴찌를 달렸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기 때문이라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같은 곳을 홈으로 쓰는 두산은 팀 홈런 2위(175개)다.
LG는 지난해 리빌딩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며 올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지난겨울 좌완 투수 차우찬 외에 야수 FA(자유계약선수) 영입에 나서지 않은 것도 젊은 야수들을 중심으로 한 리빌딩을 끊김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간은 LG의 편이 아니었다.
올해 규정 타석을 채운 LG 타자 가운데 타격 30위 안에 든 타자는 베테랑 박용택(0.347·타격 5위)이 유일하다.
젊은 타자들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대부분은 뒷걸음질했다.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의 부진과 부상 공백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히메네스는 올 시즌 타율 0.276, 7홈런, 30타점으로 부진하다가 6월 2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발목 부상을 입은 후 1군에서 말소됐다.
LG는 4번 타자 역할을 해줘야 할 외국인 타자 없이 한 달 이상의 시간을 허비했다.
LG는 뒤늦게 히메네스를 방출하고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1년간 홈런 108개를 남긴 제임스 로니를 영입했다.
지금까지 KBO 리그 무대를 밟은 외국인 타자 중에서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로니는 그러나 23경기만 뛴 뒤 2군행 지시에 불만을 품고 야반도주했다.
가뜩이나 타선이 빈약한 상황에서 용병 타자의 공백은 치명타로 작용했다.
요즘 야구계에서는 LG가 메이저리그 생활을 끝내고 국내 복귀를 선언한 거포 내야수 황재균 영입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베테랑 박용택과 정성훈의 나이가 한 살 더 늘어나고, 유격수 오지환이 더는 입대를 미룰 수 없는 현실과 맞물려 이러한 소문은 더욱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물론 LG가 야수 FA 영입에 나설 때 유망주 유출은 피하기 어렵다.
LG가 리빌딩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이번 겨울 LG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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