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의 꿈 꾸지만'…중국에 피라미드 금융사기 만연

입력 2017-09-29 18:46
'일확천금의 꿈 꾸지만'…중국에 피라미드 금융사기 만연

中 전역에서 수천만명 빠져든 것으로 추정돼

"심각한 빈부 격차·대졸자 취업난이 근본 원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의 피라미드 금융사기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그 배후에는 심각한 빈부 격차와 대졸자 취업난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중국 당국에 의해 적발된 피라미드 금융사기는 모두 2만1천 건에 달한다.

피라미드 금융사기는 새로 투자한 사람들의 돈을 먼저 투자한 사람들에게 수익금으로 배당하는 돌려막기식 다단계 금융사기를 말한다. 이들은 일확천금이 가능하다는 사기 조직의 말을 믿고 투자에 나서지만, 결국 패가망신하고 만다.

반(反)피라미드협회를 이끄는 리쉬 대표는 당국에 의해 적발된 건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안후이(安徽)성의 성도인 허페이(合肥)시 한 지역에서만 최소한 20만 명이 피라미드 금융사기에 빠져들었다고 그는 밝혔다.

중국정법대학 자본금융연구소는 중국 전역에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피라미드 사기에 걸려든 사람이 수천만 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피라미드 금융사기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7월 24일에는 다단계 금융투자회사인 '산신후이(善心匯)문화전파유한공사' 회원 약 6만 명이 베이징 톈안먼(天安門)광장 부근에서 법정대표인 장톈밍(張天明)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는 1999년 4월 25일 종교단체 파룬궁(法輪功) 회원들이 중국 정부조직이 모여 있는 중난하이(中南海)를 포위한 사태 이후 최대 규모 시위였다.



전문가들은 피라미드 금융사기가 만연한 배경에는 중국의 심각한 빈부 격차와 취업난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 성장에서 소외된 중소 도시 주민들, 국영기업 등에 근무하다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사람들, 심각한 취업난으로 대학을 졸업하고도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피라미드 금융사기에 빠져든다는 얘기다.

더구나 중국의 고속 성장으로 억만장자가 속출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소외감은 더욱 커져만 간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베이징대 연구 결과 중국의 최상위 1%가 중국 내 부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지만, 하위 25%가 차지하는 부는 고작 1%에 불과하다. 지난해 중국의 지니계수는 0.465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지니계수가 0에 가까우면 소득 분배가 평등하게, 1에 가까우면 불평등하게 이뤄진다는 뜻이다. 통상 0.4가 넘으면 소득 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매우 심각해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수준으로 본다.

광둥(廣東)성에 사는 리양 씨는 자신의 여동생이 피라미드 금융사기에 빠져들어 일가가 20만 위안(약 3천500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고 한탄했다. 그의 부모의 연 수입은 4만 위안(약 700만원)에 불과했다.

리양 씨의 여동생은 6만9천800 위안(약 1천200만원)을 투자할 사람 27명을 모집하면 2년 이내에 1천만 위안(약 17억원)의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피라미드 사기에 빠져들었다. 여동생은 허페이시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또래 젊은이들과 같이 살고 있었다.

리양 씨는 "여동생이 피라미드 사기에 빠져든 것은 대학 졸업 후 변변한 직업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부모님이 우리 삼 남매를 졸업시키기 위해 적금까지 모두 깨야 했지만, 지금 나는 학교 교사, 동생은 품질 검사원, 여동생은 전업주부로서 다들 가난하게 살고 있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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