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중국의 北 합작기업 폐쇄, 진정한 제재로 이어지기를

입력 2017-09-29 17:32
[연합시론] 중국의 北 합작기업 폐쇄, 진정한 제재로 이어지기를



(서울=연합뉴스) 중국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들어 북한과의 합작·합자기업에 대한 폐쇄령을 내려 주목된다. 중국 상무부와 공상총국은 28일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지난 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과한 대북제재 결의 2375호 제18조에 따라 중국 내 북한과 중국의 합작·합자·외자 기업들은 120일 안에 모두 폐쇄하라"고 밝혔다. 북한 내에 설립한 중국 합작·합자기업에 대해서도 폐쇄령은 똑같이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중국 내 북한과의 합작·합자기업이 몇 개나 되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로는 2015년까지 10년간 북한의 대중 직접투자액이 2천200만 달러에 달한다는 윤곽만 나와 있다. 다만 옥류관을 비롯해 100곳이 넘는 북한식당 대부분이 중국기업과 합작·합자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내년 1월 9일까지 문을 닫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이행된다면 북한의 외화벌이에도 어느 정도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취한 대북제재 조치 중 중국 당국의 제재 의지가 가장 많이 담긴 것으로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중국이 미온적이던 기존 입장을 바꿔 대북제재와 압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을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른 듯하다.

중국은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미국의 압박이 강화되면서 대북제재 수위를 높여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8월 북한과 합작·합자기업 신설을 금지하고 기존 기업의 신규투자도 중단시켰다. 6차 핵실험으로 안보리 추가 제재 결의가 나온 뒤인 지난 23일에는 석유제품의 대북수출과 섬유제품의 수입을 금지했다. 모두 유엔 대북제재 결의의 연장선에서 취해진 것들이다. 중국 당국이 부인하기는 했으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일선 은행에 북한과의 신규거래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미국 측이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행보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자발적 조치와는 거리가 있다. 미국이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제삼자 제재) 카드를 꺼내 들며 압박한 데 따른 결과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번 북한 합작·합자기업 폐쇄령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제 조율차 중국을 찾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보여주기 위한 제재라는 지적이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대북정책이 큰 그림에서는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수전 손턴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은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의 (대북) 정책이 바뀌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북한과의 합작·합자기업 폐쇄령을 내렸지만 다른 대북제재 조치와 마찬가지로 빠져나갈 구멍은 많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내년 1월 9일까지 120일의 유예기간에 이면계약을 통해 중국인이나 조선족 경영주의 단독 법인 형태로 바꾸거나 북한에서 인력만 파견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식으로 폐쇄 명령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북제재를 발표하는 것 못지않게 중국 당국의 집행 의지가 중요한 이유다. 북한 대외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이나 의지가 없는 대북제재는 공염불이라는 것을 중국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미국의 압박에 못 이겨 안보리 대북제재를 마지못해 따라가는 시늉만 한다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낼 수 없다. 북한이 핵을 갖고 미국을 견제하며 버티는 것이 당장은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듯해도 결국에는 일본의 핵무장 등으로 잃은 것이 더 많다는 점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고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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