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김영주 NCCK 총무 "기독교는 끊임없이 약자의 편에 서야"
7년간 진보 개신교 이끌어…'비상시국선언'으로 촛불정국 점화
"강자를 축복하고 약자를 혐오하는 건 예수 가르침 어긋나"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지난 7년이 어땠냐고 물어보지만 사실 뒤돌아보니 이뤄놓은 게 하나도 없네요. 앞으로 한국 교회가 사회의 가장 약한 자들을 위해 존재하길 바랄 뿐입니다."
진보 성향의 개신교 교단 연합체인 한국기독교교회연합회(NCCK) 김영주(65) 총무가 오는 11월 20일을 마지막으로 퇴임한다.
1980년대 후반부터 NCCK에서 인권국장, 일치협력국장 등을 지낸 그는 2010년 총무로 선출돼 7년간 NCCK를 이끌어왔다.
그가 NCCK에 몸담은 30년은 현대사의 압축판이었다. 언론이 봉쇄되고 재야단체가 탄압받던 시절, 핍박받는 사람들은 종로 5가 기독교회관으로 몰려들었다.
"1990년 윤석양 이병이 '군 정보기관인 보안사가 민간인 1천300명을 사찰을 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파일을 가져왔습니다.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했죠. 1991년에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일본기독교교회협의회(NCCJ)를 통해 일본인 필적감정가에게 의뢰해 당시 경찰의 감정이 틀렸다고 반박하기도 했죠."
그럴수록 정부는 개신교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감시와 도청은 일상이 됐다. 1989년에는 한국의 인권탄압 상황을 세계에 알린 미국의 페리스 하비 목사에게 인권상을 주기로 필담(筆談)을 끝내자마자 어용단체들이 몰려와 "미국에 사대주의를 한다"며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두렵지 않았을까. 기자의 질문에 김 총무는 백발을 쓸어넘기며 "그때는 젊었지 않으냐"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어 "기독교에는 '예언자'와 '제사장'이라는 두 가지 사명이 있다"며 "목회자는 예언자로서 악한 권력에 저항하며 세상에 경종을 울려야 하고, 때로는 제사장으로서 이 땅의 억압받는 민중에게 용기를 북돋워 줘야 한다"고 우문현답을 내놨다.
NCCK의 '워치독' 역할은 오늘날에도 이어졌다. 촛불정국이 채 점화하기 전인 지난해 7월 27일, '박근혜 정부는 역사와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냈다. NCCK가 국내정세를 비상시국이라고 규정한 건 25년 만의 일이었다.
김 총무는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았지만 한국 교회는 길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보수 개신교가 주장하는 종교인 과세 반대, 동성애 반대는 예수의 가르침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기독교는 끊임없이 약자의 편이어야 하는데 한국 교회는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힘 있는 사람들에겐 축복을 빌어주면서, 가난한 사람을 혐오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소수라고 간단히 무시해버립니다. 약자를 위한다는 정신을 잃어버린 교회는 이익집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 65세 정년을 맞아 떠나게 됐지만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NCCK이기에 헤어짐이 쉬울 수는 없다.
때문에 자신의 후임으로 오게 된 이홍정 목사에게 거는 기대도 컸다. 인선위원회 만장일치로 총무 후보가 된 이 목사는 오는 19일 회의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차기 총무가 된다.
그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될까. 평범한 목회자로 돌아가는 것은 분명하지만 남북 화해를 위해 어떠한 역할도 감당하겠다는 생각이다.
"아직 사람들에겐 분단의 상처가 시퍼렇게 살아있어요. 남북이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도록,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통일에 남은 힘을 다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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