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랗게 변한 경남도청…'흔적' 지우기인가 여론수렴인가

입력 2017-10-06 10:00
파랗게 변한 경남도청…'흔적' 지우기인가 여론수렴인가

도청 시설물 곳곳 색상 빨간색→파란색 변경…'당당한 경남시대' 구호는 그대로

(창원=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 현 정부가 임명한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 취임 이후 경남도청이 파란색으로 바뀌고 있다.



빨간색 넥타이를 애용하던 홍준표 전 지사 시절 도청 안팎이 대체로 빨간색이었던 시기와 대비된다.

홍 전 지사가 몸담은 자유한국당의 상징색도 빨간색이다.

그런 점에서 도청 시설물 곳곳이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으로 바뀐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경남도는 한 권한대행 취임 이후 일부 도청 시설물을 교체했다.

주로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 장소로 이용되는 프레스센터가 대표적이다.

도는 프레스센터 연단 배경벽면을 한 권한대행이 취임 열흘 만인 지난 8월 27일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교체했다.



도청 홈페이지도 전체적인 색감이 파란색이 강조되는 디자인으로 일부 바뀌었다.

홍 전 지사가 사퇴하고 나서 지난 5월 개방된 도청 본관 옥상에 자리 잡았던 대형파라솔도 지난달 초 색깔이 바뀌었다.

기존 파라솔 4개 중 2개가 빨간색이었는데, 이번에 빨간색 파라솔만 파란색으로 교체됐다.

정부로부터 수상 실적이나 큰 행사를 알리려고 도청 건물에 부착하는 대형 현수막 색상도 기존에는 주로 빨간색을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파란색 사용빈도가 잦다.

올해 도청 공무원들에게 빨간색과 파란색 두 종류로 지급된 다이어리 중 빨간색은 자취를 감추고 대체로 파란색 다이어리만 눈에 띄는 것도 달라진 현상이다.



그러나 도청 정문을 들어서면 빨간색 바탕에 큼지막한 글씨로 쓰여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현관의 '당당한 경남시대' 슬로건은 그대로다.

이 슬로건은 홍 전 지사가 지사로 취임하면서 내 건 도정지표였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홍 전 지사의 '불통'이 '당당한 경남'이라는 도정지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이러한 슬로건도 바꾸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6일 "소통과 협치를 강조하는 한 권한대행이 도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빨간색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어 일부는 수용하는 차원에서 파란색으로 교체했다"며 "하지만 권한대행 체제에서 민선 지사가 내걸었던 도정지표까지 바꾸기는 어렵고 교체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도의원들을 중심으로 새 정부가 임명한 한 권한대행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이러한 색상 교체에 나섰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달 20일 열린 제347회 도의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 문화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이성애(비례) 의원은 "(한 권한대행이) 홍 전 지사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당당한 경남시대', '브라보 경남' 등을 떼어내려고 명분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소통과 협치를 명분으로 내세운 한 권한대행 체제 이후 상징색 교체 논란에 부닥친 경남도청의 고민도 깊어 보인다.

b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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