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야구장 주변 주택가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 요구

입력 2017-10-09 09:00
광주 야구장 주변 주택가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 요구

주민 "주차 때문에 싸움만 난다" 지자체에 지정 요청

광주시·북구청 "관련 조례 없고, 주차 유료화 반발 우려" 제도 도입에 난색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KIA 타이거즈가 올해 우수한 성적을 올리면서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야구장 관람객이 올해 100만명을 돌파했다.

광주의 KIA 구단과 야구팬에게는 기쁜 소식이지만, 야구장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치솟는 야구 인기만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홈경기가 열릴 때마다 주차 전쟁이 펼쳐지면서 걸핏하면 다툼으로 이어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야구장 주변 주민들은 주택가 이면도로에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지정해 관람객들의 주차를 막아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9일 광주시와 북구청 등에 따르면 익명의 주민 A씨는 지난달 초 야구장 주변 주택가에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지정해달라는 글을 광주시청 민원게시판에 올렸다.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은 도심 주차난 해소를 위해 주택가 이면도로 등에 주차구획을 설정한 뒤 인근 주민에게 저렴한 사용료를 받고 주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A씨는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 지정으로 야구장 인근 주민의 주차 어려움을 덜어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야구장에 주차장이 있는데도 관람객들이 주택가 골목에까지 주차하는 바람에 경기 때마다 주차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한탄했다.

최근에는 KIA 구단이 승승장구하면서 대문 앞까지 차량으로 가로막고 가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전했다.

또 참다 참다못해 집 앞에 주차한 사람에게 '차를 빼달라'로 요구하면 미안하다는 인사 대신 다툼만 일어난다는 것이다.

"주차를 자제해달라는 부탁에는 '거주자 전용 땅도 아니고 (이면도로는) 국가 땅인데 세금 내는 내가 주차 못 할 이유가 뭐냐'는 핀잔만 돌아온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야구장 주변은 홈경기가 열리면 구청에서 주차단속을 하지만 대로변 위주 단속 탓에 주택가 이면도로는 단속을 피해 들어오는 차량으로 넘친다.



A씨처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광주 북구청은 "현재 단계에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광주시에는 아직 거주자 우선 주차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고 관련 조례도 없는 데다 주차 공간을 유료화해야 하는 데 대한 여론의 반발도 예상된다는 것이 이유다.

또 이면도로에 주차공간 구획을 설정하면 거주자만 주차할 수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다른 시민의 반발도 우려된다고 북구청은 설명했다.

광주시는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 지정보다는 주차면 확보에 더 나서고 있다.

내년 초 야구장 주변에 노외주차장 400면을 신설하고, 챔피언스필드 바로 옆 기존 무등야구장에 지하주차장 1천200여 면을 확보하는 계획도 수립 중이다.

북구도 주택 내에 주차공간을 확보를 지원하거나, 교회 등 공용공간에 주차장을 확보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은 찬반여론이 있을 수 있어 당장 도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노외주차장과 지하주차장이 확보되면 주차상황도 크게 개선될 것이다"고 말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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