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민 불안하게 하는 외교·안보 혼선
(서울=연합뉴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안보위기가 엄중한 상황에서 외교·안보진용의 엇박자 성 돌출 발언이 자꾸 노정되고 있다. 이번에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한 외교부 고위관계자가 '사고'를 쳤다. 이 관계자는 지난 23일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 편대의 북방한계선(NLL) 이북 공해 상 비행에 대해 "우리 측과 사전협의가 있었고, 우리로서는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어 빠졌다고 국방부가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B-1B 비행과 관련해 "한미 간 충분한 사전조율이 있었고 긴밀한 공조 하에 이뤄졌다"고 말한 것이 전부다. 우리 공군이 비행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도 "NLL은 남북이 지켜야 하는 선이고 제3국은 그것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측면이 있다"며 우회적으로 설명하는 데 그쳤다.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민감한 사안이었다는 뜻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부의 설명이라며 남의 말 하듯이 민감한 사안을 털어놓은 것이니 단순한 말실수로 치부하기도 어렵다고 하겠다. 외교부가 나중에 "'NLL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한국군이 참가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만 키워놓은 셈이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개인 의견이라며 쏟아낸 발언도 적지 않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문 특보는 '한미동맹이 깨진다 하더라도 한반도 전쟁은 안 된다', '평양주민은 수령, 당과 일심동체라 제재를 한다고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주장을 거침없이 하고 있다. 지난 26일 '10·4선언 10주년 기념행사' 특별강연에서는 "(우리 정부의) 대북군사회담 제안에 대해 미국이 엄청나게 불쾌해 했다"면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사실상 강경화 장관에게 강력한 어조로 항의하고 그랬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외교부 고위당국자가 "항의했다고 말하는 것은 맞는 것 같지 않다"고 직접 해명할 수밖에 없었다. 문 특보는 "정부에서 봉급을 받지 않는 위촉직"이라며 "특보보다는 연세대 명예교수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이곤 하지만 이를 곧이듣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의 발언이 주목받는 것은 대통령 특보라는 자리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순수 학자로서의 의견이라면 그렇게 시선을 끌 일도 없다. 그의 발언 속에 정부부처에서 밝히지 않은 내용이 포함돼 있거나, 앞으로의 정책 방향이 담겨 있다는 인식이 많아 발언 하나하나가 주목받고 논란이 되는 것이니 대통령 특보를 맡고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발언을 하는 것이 옳을 자세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여야 4당 대표 회동에서 외교안보라인의 엇박자를 지적하는 얘기가 나오자 "오해"라며 신뢰를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통일부는 북한과 대화하자고, 국방부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하자고 할 수 있다. 국정원과 외교부도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좀 더 긍정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고도 했다. 외교안보 관련 부처가 서로 조율을 거쳐 전략적인 차원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면 바람직할 수 있다. 이견은 치열한 토론을 통해 정리해가면 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조율되지 않은 상태로 돌출 발언을 하거나 말실수로 엇박자를 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일이 터진 뒤 사후 조율로 문제를 풀어가기에는 지금 우리가 처한 안보위기가 너무 엄중하다. 외교안보라인은 대통령과 국민이 보낸 신뢰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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