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사라진다…재선충병과 사투에도 피해 지역 매년 늘어
경북 20개 시·군에 퍼져…해마다 수백억 투입해도 기세 안 꺾여
(안동=연합뉴스) 이승형 기자 = 산림 당국이 '소나무 에이즈'라고 하는 재선충병 확산을 막기 위해 힘을 쏟고 있으나 피해가 난 시·군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경북에는 올해 3개 시·군에서 재선충병이 추가로 발생했다. 2001년 7월 구미에서 첫 재선충병 소나무가 나온 뒤 23개 시·군 가운데 20개 시·군으로 번졌다.
8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3월 영양, 8월 봉화, 9월 예천에서 잇따라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와 잣나무가 나타났고 기존 발생지역 가운데 청도 각북면과 매전면, 고령 개진면과 우곡면에도 퍼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의성, 군위, 문경에서 재선충병이 새로 생겼다.
현재 울진과 청송, 섬인 울릉만 간신히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으나 언제까지 이를 차단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이처럼 재선충병이 산림을 휩쓸어 도내에서 2001년부터 올해 3월까지 185만9천600여 그루가 말라죽었다.
피해가 급증한 2013년 35만9천600여 그루, 2014년 32만7천800여 그루, 2015년 38만1천500여 그루, 지난해 31만2천여 그루가 고사했다.
올해 4월 이후에도 7만7천여 그루에서 피해가 나타났다.
감염으로 말라죽는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10월 이후 전수조사를 하면 올해 피해목 규모가 26만 그루에 이를 것으로 도는 추산한다.
갈수록 피해 지역이 늘어나면서 울진과 봉화 금강송도 위협받고 있다.
산림 당국은 금강송과 백두대간 지역은 발생지에서 20㎞ 정도 떨어져 당장 확산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예방 나무 주사, 약제 살포 등으로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북에서는 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2013년 100억원, 2014년 190억원, 2015년 230억원, 2016년 420억원 등 해마다 수백억원을 투입해 확산 저지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최근에는 예방 나무 주사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여기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예방 나무 주사 면적은 2013년 451㏊에 그쳤으나 지난해 2천100㏊, 올해는 5천100㏊로 증가했다.
또 재선충병 매개충(솔수염하늘소·북방수염하늘소) 활동기에 약제를 살포하는 항공방제는 양봉 농가 반발 등으로 점차 줄이는 대신 지상방제를 확대하고 있다.
항공방제 면적은 2013년 6천270㏊에서 올해 660㏊로 감소했으나 지상방제는 2013년 76㏊에서 올해 4천970㏊로 늘었다.
하지만 연무 방제기로 약제를 뿌리는 지상방제는 새벽 시간에 해야 약제가 나무 상층부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작업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경북도 관계자는 "예전에는 고사목은 많은데 예산은 부족해 죽은 나무를 베어내 제거하는 데 급급했던 측면이 있다"며 "재선충병에 걸리고 바로 고사하면 제거와 주변 예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으나 빠르면 2개월, 늦으면 2년이 지나 말라죽기 때문에 방제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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