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리 "규제는 중년남자 허리 같은 것…놔두면 늘어나"

입력 2017-09-28 15:18
수정 2017-09-28 15:38
이총리 "규제는 중년남자 허리 같은 것…놔두면 늘어나"

'제1회 규제혁파 현장대화'…"연구자에 중요한 건 인정과 불간섭"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는 28일 "규제는 중년 남자의 허리 같은 것이다. 내버려두면 반드시 늘어나게 돼 있다. 그리고 비상한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줄어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대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을 찾아 중소·벤처기업인, 창업동아리 학생들과 '제1차 규제혁파를 위한 현장대화'의 시간을 갖고 이들로부터 창업과정이나 운영과정에서 느끼는 애로를 청취했다.

규제혁파 현장대화는 새 정부가 규제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한 이후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새 정부는 규제개혁을 사전허용-사후규제 방식의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하고, 기존 규제에도 불구하고 신사업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총리는 "규제철폐, 규제혁파. 역대 정부가 그 얘기를 안 한 경우가 없다. 그런데 아직도 중요한 과제가 돼 있다. 그 뜻은 규제혁파란 성공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구나, 마치 제 나이 또래 남자들이 늘 체중관리 한다고 하는데 나중에 보면 체중이 불어나 있는 것과 똑같다"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그런 대전제를 깔고 규제혁파 노력을 해도 성공할까 말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과학자들, 연구자들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인정받는 것, 간섭받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그것을 마오쩌둥도 알았고, 지금 역사적 평가와 별도로 박정희 대통령이 초창기에 그걸 실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남의 얘기 하듯이 이렇게 얘기할 처지가 아니다. 정부의 책임자니까. 그런 걸 항시 명심하고 있다"며 "연구자들께 무슨 직책을 드린다, 월급을 더 많이 더 드린다,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인정받는 것, 평가받는 것, 간섭받지 않는 것이라는 걸 관계 부처가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200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60주년에 여러 신문이 가장 자랑스러운 일을 조사했는데 '과학기술 발달'이 1등이었던 사실을 거론하며 과학기술의 발달을 국민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한다는 점을 전했다.

이 총리는 최형섭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 초대 원장이 연구자들 하숙비가 부족한 것을 알고 수위 월급을 깎아 하숙비를 보태게 한 사례를 들며 "요즘 같으면 갑질이라 했을 텐데 그런 열정으로 대한민국 과학기술 초창기를 만들어냈다"고도 설명했다.

또, 중국의 원자폭탄·미사일·인공위성 개발을 지휘한 과학자 첸쉐썬(전학삼·錢學森)의 사연도 소개했다.

첸쉐썬은 미국 유학 시절 공산주의자로 몰려 내쫓긴 뒤 중국으로 돌아와 마오쩌둥 주석으로부터 "동지만 믿습니다"란 부탁을 받았었다고 이 총리는 전했다.

아울러 이 총리는 "문재인 정부가 왜 자꾸 미래를 보지 않고 과거를 돌아보느냐 하는 비판을 하는 분들이 계시다"며 "대규모의 불법이 자꾸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일부로 덮을 수는 없다. 불법이 드러났는데도 일부러 덮는다면 그거야말로 정치의 지나친 개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어 "예산은 정책의 숫자적 표현이란 말이 있다. 내년도 과학기술 예산이 20조 원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과학기술 예산이 SOC 예산보다 더 많아진 건 내년이 처음이다. 참고로 내년 SOC 예산은 17조 원"이라고 밝혔다.

이 총리는 또 "과학기술 예산과 별도로 에너지나 중소기업 지원·육성을 포함한 산업 관련 예산이 16조 원이다. 그리고 일자리 예산이 19조 원이다. 숫자 많은 거로 치면 과학기술 20, 일자리 19, SOC 17, 산업 16 이렇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조 원의 일자리 예산 가운데서 공공부문에 쓰는 돈은 16.6%이다. 나머지 83.4%는 민간부문에 쓰게 돼 있다. 공공부문은 인건비를 전부 예산으로 때워야 하므로 실제 일자리 수보다는 예산이 더 많이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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