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직후 숨진 신생아…이상 징후 발견 못 한 의료진 50% 책임
법원 "의사 3명이 부모에게 1억6천만원 배상하라" 명령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3년 전인 2014년 둘째 아이를 밴 주부 A씨는 같은 해 8월부터 인천의 한 산부인과에서 정기적으로 진찰을 받았다.
임신 20주차인 그해 11월 말 태아 정밀초음파검사에서 의사는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다고 했고, 이듬해인 2015년 1월 임신성 당뇨가 있다는 두 차례의 진단을 받았으나 식이조절과 운동으로 혈당을 조절하면 되는 정도였다.
이후 여러 번 진행한 초음파검사에서도 태아의 체중과 양수가 적당해 특별한 소견은 없다는 진단을 재차 받았다.
부푼 마음으로 출산을 기다린 A씨는 2015년 4월 15일 새벽 진통을 느꼈고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15분 만에 몸무게 3.32㎏의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그러나 A씨의 둘째 아이는 울음소리가 크지 않았고 피부가 창백했다. 산소포화도 수치도 정상보다 낮았다.
의료진은 즉각 기관 내 삽입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고 마사지를 했지만, 증세가 나아지지 않았다.
신생아는 급히 119구급차에 실려 큰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엑스레이(X-ray) 검사 결과 간을 제외한 소장, 대장, 췌장 등 거의 모든 장기가 탈장한 상태였다. 탈장 된 쪽의 폐는 완전히 펴지지 않았다. '횡격막 탈장' 진단이 내려졌다.
A씨의 둘째 아이는 급히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고 태어난 지 사흘 만에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졌다.
유가족들은 출산 전까지 22차례 산전 진찰을 통해 아이가 선천성 횡격막 탈장을 앓는 사실을 진단할 수 있었음에도 의료진이 진찰을 소홀히 해 태아의 상태를 정상으로 오진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의료진은 초음파검사 결과 선천성 횡격막 탈장을 의심하거나 진단할 만한 소견이 나타나지 않았고, 출산 후에도 신생아 소생술에 따른 응급조치를 적절하게 했다고 반박했다.
인천지법 민사16부(홍기찬 부장판사)는 A씨와 그의 남편이 해당 산부인과 병원 의사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 부부에게 치료비 등 총 1억6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산부인과 병원 의사들에게 명령했다.
해당 병원 의료진이 출산 전 A씨를 진찰하는 과정에서 초음파검사 결과를 토대로 태아의 선천성 횡격막 탈장을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추가검사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복부 초음파검사에서 태아의 선천성 횡격막 탈장을 진단할 때 위장의 음영이 관찰되지 않는 것은 전형적인 소견 중 하나"라고 전제했다.
이어 "A씨가 임신한 지 37주째인 2015년 3월 초음파검사에서 복부 둘레나 심장 측정 영상이 정상적인 초음파 영상과 차이가 나 의료진은 횡격막 탈장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숨진 A씨의 둘째 아이를 안정화하려는 의료진의 조치가 늦었고 그것이 생존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숨진 아이의 선천성 횡격막 탈장이 의료진의 치료 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은 아닌 점 등을 고려해 의사 3명의 책임을 50%만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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