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3선 중진들 '통추위' 논의에 갈등 2라운드

입력 2017-09-28 11:25
바른정당, 3선 중진들 '통추위' 논의에 갈등 2라운드

"몇명이서 밥 먹으며 만든 것…대표성 없어" 평가 절하

오늘 오후 의총 열어 의견수렴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이신영 기자 =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문제로 다시 2라운드 갈등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혜훈 전 대표 낙마 이후 새 지도체제 구성 방식을 놓고 일었던 당내 갈등이 '11·13 전당대회' 합의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나 당내 3선 중진 의원들이 다시 보수통합 카드를 노골적으로 꺼내 들면서 '통합파'와 '자강파' 사이에 파열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3선 의원들이 27일 만찬회동에서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를 구성키로 한 것이 바른정당 내 갈등의 기폭제로 떠올랐다.



김영우·김용태·이종구·황영철 의원 등 자당 소속 4명의 3선 의원이 이철우 의원을 필두로 한 한국당 3선 의원 8명과 만나 통추위 구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발표하자 당내 자강론자들은 28일 강력히 반발했다.

당내 총의가 모이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되는 통추위는 대표성도 없고 의미도 없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의원 전체회의에서 "어제 3선 모임에서 나왔던 보수통합 이야기는 바른정당 최고위와 사전 협의된 것이 아니다"며 "지도부 의사와 전혀 관계없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진수희 최고위원도 "불과 보름 전에 당내 압도적인 구성원 다수가 원했던 유승민 비상대책위원회를 무산시키면서 11월 조기 전대를 하기로 했다"며 "그런데 한국당과 합당을 추진한다는 것은 어떤 아름다운 언어로 포장해도 정치 꼼수"라고 비판했다.

한 바른정당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통추위를 자기들끼리 만든다고 되겠느냐"면서 "그건 당의 전체적 운명이 걸린 것이라 (자기네끼리, 또) 당 지도부와 얘기한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원외 위원장을 포함한 당원 전체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언급이다.

또 다른 바른정당 의원도 "3선 몇 명이 자기들끼리 밥 먹고 통추위 구상을 당 지도부에 의견을 전달하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당을 깨고 나가기 위해 명분을 쌓는 행위일 뿐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의 관심은 당내 대표적 자강론자인 유승민 의원에게 쏠렸다.

유 의원은 이날 의원 전체회의 직후 통추위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개인적 일탈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애초 전날 회동에서는 참석자들 사이에서 유 의원이 통추위 구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말이 나왔지만, 이에 대해서도 유 의원은 "전혀 못 들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자강파 입장에서는 통합파의 통추위 추진을 제지할 방법과 수위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자강파 의원은 "자칫 당의 분열을 초래했다고 강하게 비판할 경우 나가고자 했던 의원들에게 (탈당의) 명분만 심어주고 결국 당의 분란과 분열로 이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다"면서 "우리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저들도 제풀에 지치면 (통추위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무시 전략을 택한 셈이다.

또 다른 자강파 의원은 "의총을 통해 통추위 구상이 총의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면 통추위 추진은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고 이미 제동이 걸린 분위기"라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이르면 이날 저녁 의원총회를 열어 당내 의견 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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