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선벨트 뜨는데 美명문대는 여전히 북동부
"톱 30에 공립대 단 2곳 공교육 위기…곳간 말라간다"
아이비리그대학 졸업생 수입 높지만 학생 만족도는 떨어져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실리콘밸리가 뜨고 있고, 모바일 시대 미국인들은 선벨트로 몰려드는데 미국 내 베스트 종합대학과 칼리지는 여전히 북동부에만 있다."
미국 내 대학 순위를 평가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영국 대학정보조사기관 타임스 고등교육(THE)과 공동 진행한 올해 조사결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유명 IT(정보기술) 기업들이 대부분 캘리포니아 주 북부 실리콘밸리에 자리잡고 있고, 미국 내 주요 산업이 북위 37도 이남의 따뜻한 지역인 선밸트(텍사스, 캘리포니아, 조지아, 애리조나 등)에서 융성한 데 비해 명문대학의 위치는 요지부동이란 것이다.
그럴만도 한 것이 톱 10 가운데 여섯 곳이 아이비리그 중심의 북동부 대학이다.
1위를 차지한 하버드대를 중심으로 컬럼비아대, 예일대, 펜실베이니아대, 프린스턴대, 코넬대 등이 지도상으로 보면 반경 400마일(640㎞) 이내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형상이다.
톱 10 가운데 북동부에 속하지 않는 곳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아래에 있는 스탠퍼드대, 로스앤젤레스의 캘리포니아공과대(캘텍),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듀크대 정도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집을 떠나 하버드대를 다닌 뒤 작년에 졸업한 크리스 크루스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여기 오기 전에 하버드대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이 있었는데, 적어도 하버드는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라고 말했다.
크루스는 학교 친구들의 졸업 후 진로와 수입, 학교에서 가르침을 받은 교수진에 대해 모두 호평했다.
공공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교수들 중 절반 정도는 백악관이나 행정부 요직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졸업생 수입 면에서는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명불허전'임을 입증했다.
졸업생 수입을 별도 조사항목에서 알아본 결과 톱 10 순위와 거의 일치했다.
하버드대와 듀크대가 공동 1위에 올랐고 예일대, 프린스턴대, 코넬대 순이었다.
그러나 학교가 학생들을 위해 쓰는 돈을 조사한 결과는 다소 달랐다.
전체 순위에서 7위에 그친 캘리포니아공과대(캘텍)가 연구비 지출, 교수-학생 비율, 연구 성과물을 비교한 순위에서는 하버드대를 2위로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캘텍은 학생 3명당 교수 한 명꼴이어서 학생-교수 비율에서는 압도적이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3위였다.
학생 한 명당 가장 많은 돈을 쓰는 대학은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로 연간 15만 달러(약 1억7천만 원)가 넘었다.
재단 돈이 많기로 유명한 스탠퍼드대도 학생 한 명당 10만 달러를 썼다.
이번 조사는 미 대학 공교육의 위기를 반증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평가했다.
톱 30 안에 공립대학교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대(UCLA·25위)와 미시간앤아버대(27위) 두 곳뿐이었고 그마저도 20위권 밖이었다.
공립대 중 세 번째로 높은 순위는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대학이다.
타임스 고등교육의 랭킹 에디터 필 배티는 "톱 30 안에 공립대 두 곳이란 얘기는 한마디로 고등 공교육의 위기란 뜻"이라며 "특히 재원 면에서는 공립대가 엄청난 도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공립대가 주로 인종 다양성을 중시하는 대학이란 점에서도 공립대의 몰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양성 지수가 높은 12개 대학 중 7곳이 캘리포니아주립대(UC) 계열대학이다.
배티는 "(소수 인종의) 접근성이 높은 대학은 곳간이 말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학 순위가 학생들의 만족도와 대체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10만9천 명의 학생에게 교수와의 관계, 학교 친구들과의 공동연구, 비판적 사고를 위한 분위기 등 7가지 질문을 던져본 결과 졸업생 수입 등에서 최상위권에 든 대학은 그다지 점수가 높지 않았다.
학생 만족도 수위는 학부생 수 1천400여 명의 소규모 대학인 아이오와 주의 도트 칼리지가 차지했다.
텍사스 크리스천대학이 2위였고 그다음엔 텍사스A&M대학이다.
'다시 다니라고 하면 또 다니겠다'는 항목에 대한 점수는 캘리포니아 센터클라라의 작은 대학인 매스터스대학, 하와이 브리검영 대학 등이 높았다.
졸업생의 실제 수입이 아니라 가계소득과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점수 등을 고려한 기대 수입(해당 대학에 다님으로써 더 늘어난 소득)은 매사추세츠 약학보건 칼리지가 가장 높았고 콜로라도대학이 두 번째였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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