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 선거에 트럼프·공화당 주류 타격…불같이 화낸 트럼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앨라배마주(州)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예비선거) 결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기득권 세력이 타격을 입으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미국 언론들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 등 여당 주류의 지원을 등에 업은 루서 스트레인지 상원의원이 주 대법원장을 두 차례 역임한 로이 무어에게 패하면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선거 결과가 공화당 기득권 세력에게 강타를 날렸다"면서 보수 바닥층의 분노가 내년 중간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명한 경고 사인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에 보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선거 승리는 현 공화당 기득권층에 대한 보수 반감층에 '뜻밖의 선물'이자 공화당 주류를 포퓰리즘적 성향의 인사들로 교체하려는 광범위한 노력의 결실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두 사람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더욱 위대하게' 구호를 외쳤다는 점에서 이번 경선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칠 악영향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핵심 어젠다들의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 상공회의소의 스콧 리드 정치 분야 자문위원은 WP에 "무어의 경선 승리는 감세를 포함, 트럼프 대통령의 중점 어젠다의 동력을 떨어트릴 것"이라며 "상원에서 관런 법안이 통과되려면 보수층 내에서 일정한 타협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코널 상원대표로선 이번 선거 패배가 오바마케어 폐지법의 표결 무산과 상원 외교위원장인 밥 코커(공화·테네시) 상원의원의 내년 중간선거 불출마 선언에 이어 같은 날 3개의 악재를 동시에 맞게 된 셈이다.
뉴욕 모금행사에서 돌아오던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선거 결과를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불 같이 화를 냈다고 CNN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격노'는 스트레인지 의원 지지를 권유한 매코널 상원대표와 정치 참모 그룹에 화살이 집중됐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CNN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이 선거 과정에서 자신을 호도했다는 생각에 당황하고 짜증난 상태"라며 "그러나 지난 몇 달간 의회에서 자신의 어젠다를 지원한 스트레인지 의원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는 생각에서 지지를 결심했던 것"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한때 자신의 '오른팔'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무어를 지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배넌에게 뒤졌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유세 후반부에 대중들 앞에서 스트레인저 의원 지지를 염두에 둔 듯 "내가 큰 실수를 했을지도 모른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선거 결과가 나온 뒤 스트레인저 의원에 대한 지지 트위터 글을 삭제하고 무어에 대해 '정말 훌륭한 사람'이라며 12월 본선거 승리를 기원했다.
CNN은 "이번 선거 패배가 '트럼프 브랜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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