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문 대통령·여야대표 회동,협치 제도화 시발점 되기를

입력 2017-09-27 23:40
[연합시론] 문 대통령·여야대표 회동,협치 제도화 시발점 되기를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들이 27일 청와대에서 만찬회동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 상춘재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겸 대표권한대행,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초청해 만찬을 하며 안보 문제를 비롯한 국정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회동에 초청됐으나 불참했다. 문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과 청와대에서 회동한 것은 5월 19일 여야 5당 원내대표 오찬 회동과 7월 19일 여야 4당 대표 오찬 회동에 이어 세 번째다.

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들은 이날 회동에서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들은 "위중한 한반도 안보 상황을 타개하고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면서 5개 항의 공동발표문에 합의했다. 공동발표문은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은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평화와 비핵화의 길로 나올 것을 촉구하며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며,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확장 억제의 실행력 제고를 포함한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북한 핵 문제를 포함한 안보 현안을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며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국회의 초당적 역할이 중요하며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하기로 하고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는 내용이다. 대통령과 정당 대표 회동에서 공동발표문이 채택된 것은 2015년 3월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간 회동에 이어 2년 6개월여만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안보가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한 상황에서 여야대표들이 안보 문제에 초당적으로 대처한다는 내용의 공동발표문을 끌어낸 것은 의미 있는 성과다. 그 자체로 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있고,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2시간 15분에 걸친 회동 후 참석자들이 '청와대 벙커'로 불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로 자리를 옮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안보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회동에서는 문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 간에 견해차가 노정됐고, 공동발표문에는 이견을 절충한 흔적도 있다. 국민의당 안 대표는 "북핵 위기에 외교안보팀 내부 혼선이 겹쳐 국민이 더 불안해하고 있다"며 외교·안보진용의 혼선 문제를 강도 높게 지적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권한대행은 "다층방어망을 구축해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급선무다. 그다음에 대화로 나가야지 방어망 없이 대화는 무용지물이다"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과 정부는 야당 대표들의 조언 가운데 경청할 대목이 있는지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이 한 차례의 청와대 회동을 통해 다양한 국정 현안에 대해 '완전한 합의'를 끌어내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이날 회동은 협치를 제도화하는 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문 대통령과 여야대표들은 이번 회동을 시발점으로 삼아 진정한 협치를 제도화해 나가야 한다. 문 대통령이 회동에서 잇단 낙마 사태를 빚은 인사문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것이나 외교안보팀에 향후 혼선이 있을 경우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문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앞으로 청와대 회동을 정례화하고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이번 청와대 회동에 불참한 한국당을 설득하는 데도 인색해선 안 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야당의 협조 없이 제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선 안 된다. 야당도 안보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위기를 극복하고 국정을 효율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특히 "본부 중대 1·2·3을 불러 사단장 사열하는 식으로 밥 먹는 자리에 갈 이유가 없다"며 청와대 회동에 불참한 한국당 홍 대표는 판단과 언행을 좀 더 신중히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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