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처음 만난 文대통령-安대표, 녹색 타이로 '색깔맞춤'

입력 2017-09-27 21:27
대선 후 처음 만난 文대통령-安대표, 녹색 타이로 '색깔맞춤'

전병헌 정무수석도 녹색…국민의당에 적극적 협치 '손짓' 해석

진지한 표정 '고언한' 安…秋는 '달님' 언급하며 文대통령 엄호

새로 단장한 상춘재·추석 귀향 화제 삼아 '화기애애' 환담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의 만찬 회동이 열린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 앞 잔디밭에서 단연 눈에 띄는 아이템은 녹색 넥타이였다.

파란색 넥타이를 맨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함께 가장 먼저 상춘재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녹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문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자주 선택하는 타이 색상은 아니었기에 뭔가 메시지를 담은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낳았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도착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당의 상징 색깔인 녹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대통령 선거 후 처음 얼굴을 마주 한 두 사람이 나란히 같은 색깔의 타이를 맨 채 카메라 앞에 등장한 것만으로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상춘재까지 안 대표를 안내한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의 타이 색깔까지 녹색 계열이었다.

이날 회동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빠진 채 진행되면서 포커스는 당연히 대선 때 치열하게 경쟁했던 문 대통령과 안 대표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

안보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운영 문제에서 진전을 보려면 안 대표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문 대통령이 '드레스코드'에서부터 안 대표에게 협치의 '손짓'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국민의당은 이미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과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의 가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십분 발휘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이 녹색 넥타이로 국민의당과 '교감'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던 지난 21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새클러윙에서 열린 '평화올림픽을 위한 메트로폴리탄 평창의 밤' 행사에서 초록색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문 대통령은 뉴욕 금융·경제인과의 대화, 미국 주요 연구기관 대표 접견, 한·이탈리아 정상회담에서도 같은 넥타이를 맸다.

비슷한 시각 한국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연두색 넥타이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연한 초록색 넥타이를 맸고, 전병헌 정무수석은 옅은 녹색 계열의 셔츠를 입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 여당 원내대표의 넥타이와 셔츠 색깔이 우연히 같을 수도 있지만 그 날이 마침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표결이 이뤄진 날이어서 국민의당을 향한 적극적인 '구애'라는 해석에 무리가 없었다.

이날 청와대 회동에서 문 대통령과 전 수석이 넥타이 색깔을 맞춰가며 협치의 손짓을 보냈지만 안 대표의 마음은 그리 쉽게 열리지 않은 듯 보였다.

안 대표는 상춘재 앞뜰에서 환담이 이뤄지는 동안 좀처럼 표정을 풀지 않은 채 진지한 모습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안 대표는 이날의 중요한 이슈였던 안보 문제를 두고 국민이 전쟁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는 한편, "우리 외교팀의 내부 혼선까지 겹쳐 더 불안하다"며 쓴소리를 했다.

문 대통령을 엄호하고 나선 것은 민주당 추미애 대표였다.

추 대표는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문 대통령을 가리킬 때 쓰는 단어인 '달님'을 써서 "하늘에 달님이 떠서 우리를 지켜보는 것 같다"면서 "달님 마음이 국민 마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회동 장소인 상춘재는 지난여름에 새 단장을 마쳐서인지 참석자들의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예전에 상춘재에 니스를 많이 칠했는데 이것이 목재에 해롭다고 해서 사포질을 일일이 해 벗겨내고 하느라 비용이 꽤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들은 주호영 원내대표는 "해놓고 보니 잘 됐다"고 화답했다.

추 대표가 "야당 대표를 모신다고 하니까 목욕재개하고 기다리는 것 같네요"라고 하자 좌중에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추석 귀향 계획도 화제가 됐다.

문 대통령이 추석 계획을 묻자 주 원내대표는 "울진에 내려가서 차례를 지낼 계획"이라고 말했고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아, 울진요" 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에 문 대통령이 "울진에 대해 잘 아세요?"라고 묻자 임 실장은 "잘은 모릅니다"라며 멋쩍은 웃음을 짓기도 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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