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특성화·마이스터고 학생 현장실습서약서, 인권침해"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이 기업 등에 취업할 때 제출해왔던 '현장실습 서약서'가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판단했다.
인권위는 27일 아동권리위원회 회의를 열어 교육부와 14개 시·도 교육감에게 현장실습 서약서 작성 중단과 폐지를 권고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현장실습 서약서에 '학교의 명예', '학생의 본분', '학생의 신분을 이탈한 모든 행위', '복장 단정', '직장 예절' 등 모호한 표현이 많아 학생의 양심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물적 손실에 대해 보호자가 배상 책임을 진다', '대학 진학에 대한 불이익을 감수하겠다', '준수사항 위반 시 어떠한 처벌이라도 감수한다', '학생 신분을 이탈한 행위로 인한 사고 때 민·형사상 책임을 학교에 묻지 않겠다' 등과 같이 책임을 학생과 보호자에게 돌리고 학교의 책임은 회피하는 내용도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해석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약서가 법률적 근거가 없는데도 학교의 지도 하에 있는 학생 입장에서는 작성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워 사실상 강제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학교가 취업현황, 특정 학생의 취업사실(이름·사진·전공·취업 회사명) 등을 홍보물로 제작해 교내외에 게시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차별적 문화를 조성할 수 있으므로 시·도 교육감이 지도·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올해 1월 전북 전주에서 LG유플러스(U+)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간 특성화고 학생 A(19)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청소년단체와 인권단체는 현장실습 서약서 강요가 인권침해라고 주장해왔다.
A양이 숨지기 전 부모에게 "오늘도 콜 수 못 채웠어. 늦게 퇴근할 것 같아", "나 회사 그만두면 안 돼?"라고 문자메시지 등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장실습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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