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혁신성장 하려면 불요불급한 규제 과감히 풀어야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의 당·정·청이 '혁신성장' 띄우기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에서 "혁신성장은 성장전략에서 소득주도 성장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소득주도 성장이 수요 측면에서 성장을 이끄는 전략이라면 공급 측면에서 성장을 이끄는 전략이 혁신성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른 시일 안에 혁신성장의 개념을 정립하고 구체적인 정책방안, 소요예산, 예상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하라고 경제팀에 주문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주최로 열린 국회 세미나에서 "소득주도 성장만으로 우리 경제가 성장으로 간다는 것은 옳지 않다"며 혁신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책의원총회에서 "혁신성장 전략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라며 "규제혁신과 공정한 인수·합병(M&A) 시장 활성화를 통해 활력있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가계소득을 늘려 유효수요를 창출하고 이를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는다는 소득주도 성장에 집중해왔다. 이와 달리 혁신성장은 공급 측면에서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기존의 성장론이 대기업과 수출기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면 혁신성장은 창업과 중소벤처기업, 4차 산업혁명을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것이 다르다. 혁신성장은 사실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와 함께 새 정부 경제성장 패러다임의 한 축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혁신성장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주요 국정과제에 넣었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 추경,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기업 갑질 근절 등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경제 정책에 가리어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현 정부 정책이 분배 중심의 소득주도 성장론에 치우치면서 재계와 학계에서는 비판도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통상임금 판결, 법정 근로시간 단축 추진 등 기업의 비용 부담을 가중하는 것들이 꼬리를 물었다. 실험적 성격이 있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단기 부양책으로 쓸 수는 있어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당정이 일제히 혁신성장의 중요성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일단 주목할 만하다. 물론 소득주도 성장이 한계에 부딪혀 성장 정책의 무게중심을 혁신성장 쪽으로 옮긴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갈 것이라는 기대는 할 만하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론에 귀를 열고 혁신성장으로 보완하려는 기류가 감지된다.
혁신성장이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한 데는 주무부처 장관의 공백이 장기화한 탓도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했는데도 두 달이 넘도록 장관이 임명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역량과 의식을 겸비한 새 장관 후보자를 찾아 하루빨리 임명할 필요가 있다. 인사청문 절차에서 야당의 관심과 협조도 필요할 것이다. 그 이전에 경제팀은 문 대통령의 주문에 부합하는 혁신성장 전략을 찾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혁신성장에 꼭 필요한 것이 과감한 규제 완화이다. 공정경제의 구현을 위해 적절한 규제의 유지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규제를 풀지 않고 혁신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존의 시각을 바꾸지 않는 한 풀 만한 규제는 찾기 어렵다. 정책 당국의 유연한 균형 감각과 획기적인 발상 전환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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