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민 후보, 미 앨라배마 공화 상원의원 경선서 패배
주 대법원장 출신 무어 승리…트럼프-배넌 대리전서 배넌 이긴 셈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26일(현지시간) 미국 앨라배마 주(州)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예비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가 패했다고 AP와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경선 결선투표에서 앨라배마 주 대법원장을 두 차례 역임한 로이 무어(70)가 54.6%의 득표율로 45.4%에 그친 현역 상원의원인 루서 스트레인지(64)를 꺾었다.
이로써 무어는 오는 12월12일 열리는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더그 존스 후보와 상원의원직을 놓고 최종 승부를 가리게 됐다.
경선에서 무릎을 꿇은 스트레인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물론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와 관련된 단체의 지원을 한몸에 받아왔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공화당 지지단체인 '상원리더십펀드'는 경선 과정에서 스트레인지에게 무려 900만 달러(약 102억 원)를 쏟아부었다.
또 이날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과, 한때 '트럼프의 오른팔'로 불리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대리전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대리전의 승자가 된 배넌은 열광하는 유권자들에게 "오늘 승리는 앨라배마 경선에서 수백만 달러를 퍼부은 워싱턴의 '살찐 고양이들'을 거부한 것"이라면서 "무어의 승리는 트럼프의 승리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경선에서 공화당 기득권층에 반감을 품은 보수층과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스트레인지가 아닌 무어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AFP는 "무어가 트럼프와 더 닮은 후보다. 독선적이고, 자신이 누구를 공격하는지 신경쓰지 않고, 워싱턴의 지배체계를 뒤엎는 데 열성적이다"라고 분석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무어는 '선동가형' 법조인으로 두 차례나 연방법원에 맞섰다가 쫓겨난 보수 기독교 성향 인사이기도 하다.
그는 앨라배마 주 대법원장을 지내던 2003년 주 법원청사에 설치된 십계명 기념비를 철거하라는 연방법원의 명령을 거부해 처음 해직됐고, 다시 주 대법원장에 선출된 이후에도 동성 결혼을 인정하라는 연방대법원 결정에 저항해 지난해 또 쫓겨났다.
무어는 이날 "우리는 신(神)의 지혜와 미국의 헌법을 의회로 돌려보내야 한다"며 "경선 승리는 워싱턴 기득권층에 '당신들의 벽에 금이 가고 곧 무너질 거야'라고 말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고 AP가 보도했다.
당초 스트레인지를 지지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12월에 이겨달라"며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앨라배마는 20년 넘게 민주당 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공화당의 텃밭이어서 무어의 승리 가능성이 좀 더 높은 것으로 점쳐지지만, 존스 민주당 후보도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해 이변을 연출하겠다는 각오다.
이 곳은 원래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의 선거구였으나, 그가 행정부로 자리를 옮긴 후 로버트 벤틀리 전 주지사가 스트레인지를 후임자로 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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