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업인 법적보호 첫 명문화…해외 자본탈출 진정되나
재산권 보호·공정경쟁 보장…19차 당대회 앞두고 불안한 기업인에 '진정제'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사회주의 체제의 중국이 처음으로 기업가의 지위와 법적 보호를 명문화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25일 '기업가의 건전 성장환경을 조성하고 우수 기업가 정신을 널리 알려 그 역할을 더 잘 발휘하도록 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공표했다고 27일 보도했다.
이는 신중국 건립 이래 처음으로 당 중앙 명의로 민영기업인의 보호와 지위를 직접 명문화한 것이다.
이 지침은 먼저 평등 원칙에 따라 각종 소유제와 재산권을 보호할 장기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장의 공정경쟁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정비 철폐하며 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도 강화하도록 했다.
또 기업가의 개인 신용기록 체계를 구축해 신용에 따른 신상필벌을 확립하는 한편 개혁, 탐색 과정에서 나타난 실수나 오류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며 관리감독 제도의 체계화를 통해 기업에 대한 중복 집행을 막도록 했다.
정부가 중요 경제정책을 입안, 결정할 때에도 적극적으로 기업인들에게 그 의향과 대책을 문의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 당정의 이번 의견은 중국을 빠져나가 자신의 자산과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려는 의향을 가진 중국 기업인을 진정시키고 억제하려는 뜻을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지침이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민간 투자 확대를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는 시점에 발표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1∼8월 사이 중국의 투자는 7.8% 증가했는데 국유 부문은 11.2% 늘었지만 민영 부문의 투자 증가는 6.4%에 그쳤다. 인민은행이 발표한 경제지표상으로도 중국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본유출은 지난달까지 22개월 연속으로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흥업(興業)은행 루정웨이(魯政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제성장은 정부 주도의 투자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민간 투자는 증대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기업인들은 "사회적 부를 축적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중국의 경제사회 발전을 이끄는" 기여를 했는데도 법적 회색지대에 놓인채 권력층과 모호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어느날 정책변화 하나로 갑자기 청산되거나 재산을 빼앗기는 우려를 하고 있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중국의 현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기업인, 특히 민영기업인의 지위는 다소 곤궁한 상황이었다"며 "이번 지침은 19차 당대회를 앞둔 기업인들에 진정제를 투여하고 이후 중국 경제환경에 신뢰를 얻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1949년 신중국 건립 이래 중국 공산당은 기업가를 착취계급인 자본가로 취급하며 제약을 가해오다 1956년 대약진 운동과 함께 공사(公私) 합영 조치로 민영기업 대부분의 재산권을 몰수해 국유화시켰다.
그러다 1978년 개혁·개방으로 기업가 집단의 활약이 커지면서 중국 고도성장의 핵심동력이 됐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3개 대표 이론으로 자본가의 공산당 영입이 이뤄졌지만 중국 당정과 사회엔 여전히 기업인에 대한 적잖은 오해와 편견이 남아있다는 평이 나온다.
이에 대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관계자도 "중국의 시장경제 환경이 완비되지 않은 탓에 재산권, 공정경쟁 측면에서 법치주의, 투명성, 공평성 요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수 기업가 사이에 새로운 정경유착 현상이 발원하고 기업의 시장수요구조, 생산조건, 자원환경에도 큰 변화가 생긴 지금 기업가의 실업(實業)정신과 혁신창업도 쇠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린 톈쩌(天則)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지침은 재정지출과 국유부문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둘러싼 중국 지도부의 우려를 반영한다"며 "기업인들에 대한 재보증이자 격려 성격이 짙지만 어떤 실질적 정책 조정도 없었고 가까운 미래에 구체적 정책이 나오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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