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사이버외곽팀 탈법 지시·MB에 보고' 의혹 부인(종합2보)
檢, '박원순 제압문건' 추명호 前국장도 소환…혐의 부인
문건 작성·관리 관여…국정원 국익전략실 정치개입 의혹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여론조작용 사이버 외곽팀 운영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6일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검찰 등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전날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나와 조사를 받으면서 정치 중립 의무를 어기면서 탈법적인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지시 및 조치 사항을 담은 심리전단 내부 업무 자료와 구속된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등 관계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원 전 원장을 조사했지만, 그는 "보고했다는 것은 직원들의 진술일 뿐 나는 그런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 전 원장은 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사이버 외곽팀의 탈법 운영에 관한 보고를 한 적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편,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정치 공작 의혹과 관련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은 27일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은 이날 오전 추 전 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추 전 국장은 '국정원 문건의 VIP 보고와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가 이뤄졌느냐', '박원순 제압문건은 누가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국정원이 연예인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이 국익을 위한 활동이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만 몇 번 끄덕거렸다.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수석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의혹도 답변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추 전 국장은 국정원 국익전략실에서 근무하던 시기 박원순 서울시장을 공격하는 정치 공세와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국익전략실은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 개혁의 하나로 대공정책실이 '동북아 허브' 추진에 전념하도록 이름과 기능을 바꾼 부서다. 원 전 원장 부임 이후 다시 국내 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곳이다.
추 전 국장은 '박원순 제압문건' 가운데 '반값 등록금'을 종북좌파의 대정부 공세로 규정하며 대응을 주문한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공세 차단' 문건의 작성자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적폐청산 TF도 추 전 국장 등이 작성한 이 문서를 기반으로 국정원 심리전단이 시민단체 등을 활용해 맞대응 시위, 시국광고 게재, 댓글 작성 등의 시정 방해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원장, 추 전 국장 등을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검찰은 25일 추 전 국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전산 자료와 개인 기록, 각종 문서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검찰은 추 전 국장을 상대로 당시 국정원의 '박원순 제압문건' 작성 경위 등을 추궁했다.
그러나 그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일"이라고 말하는 등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추 전 국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 전 국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 공식 보고 체계를 벗어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게 직보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 의혹은 국정원 적폐청산 TF의 조사 대상 중 하나로 꼽힌다.
한편 검찰은 이날 온라인 여론조작을 위해 민간인을 동원해 '댓글 부대'를 운영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의 구속 기간을 연장했다. 구속 기간은 내달 7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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