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아든 총탄 어디서 발사됐나'…병사 사망 의문투성이
평소 이동로지만 사격 시에는 '통제'…사격 통보했나, 안 했나
(철원=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진지 공사를 마치고 도보로 부대 복귀 중이던 육군 병사가 갑자기 날아든 총탄에 머리를 맞아 숨진 사건은 여러 면에서 의문투성이다.
군 사격 훈련과 이동 중인 부대 관리에 대한 안전 불감증도 이 사고를 계기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육군 수사기관은 총탄이 발사된 지점과 총탄의 종류 등을 분석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특히 총탄이 인근 사격장에서 날아들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사격 훈련 안전 수칙 준수 여부도 조사 중이다.
이 사건은 지난 26일 오후 4시 10분께 철원군 동송읍 금악산 일대 모 부대 인근에서 발생했다.
사고 직후 A(22) 일병은 군 병원으로 옮겼으나 치료 중 1시간여 만인 오후 5시 22분께 숨졌다.
황당한 사고에 아들을 잃은 A 일병의 유족들은 할 말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갑자기 날아든 총탄에 머리를 맞고 숨진 A 일병은 부대 진지 공사를 마치고 동료 병사 20여명과 함께 걸어서 부대로 복귀 중이었다.
하의는 전투복, 상의는 활동복 차림의 전형적인 작업 복장이었다.
당시 A 일병 등 부대원들이 인솔자와 함께 이동한 통로는 평소에도 이용하던 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길은 인근 부대 사격장과 인접해 있어서 사격 훈련이 있을 때는 이동이 통제된다.
문제는 사건 당일 인근 부대 사격장에서는 사격 훈련이 진행 중이었지만, A 일병의 부대원들은 아무런 통제 없이 평소 다니는 이 길을 이용해 부대로 복귀했다는 점이다.
A 일병 등 부대원이 이동한 길은 사격장에서 바라봤을 때 전방 왼쪽 측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격장과 A 일병이 총탄을 맞고 쓰러진 거리는 대략 400여m다.
K-2 소총의 유효 사거리가 460m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위험한 구간인 셈이다.
그런데도 A 일병과 부대원은 아무런 통제 없이 인솔자와 함께 이 길을 이용해 부대로 이동 중이었다.
통상 사격 훈련이 예정된 부대는 미리 인접 부대 등에 이를 통보해야 한다.
A 일병의 부대와 사격 훈련이 진행된 부대도 인접 부대로, 사격 훈련에 앞서 통보하는 것이 원칙이다.
군 수사 당국은 사격 훈련 부대가 인접 부대에 사격을 통보했는지, A 일병을 인솔한 부대는 이를 통보받고도 이동을 통제하지 않은 것인지 등 안전 수칙 준수 여부 등을 집중 조사 중이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최근 일촉즉발의 대북 상황을 인식한 듯 북한 측의 소행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A 일병이 사망한 곳과 사격 훈련 부대는 민간인통제선 이남인 점으로 볼 때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부대 관계자는 "사격 훈련 안전 수칙 준수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확인 중"이라며 "현재까지 대북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밝혔다.
j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