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등록금 1천만원 잃어버렸다 되찾은 70대 안도의 한숨

입력 2017-09-27 07:19
수정 2017-09-27 18:20
손자 등록금 1천만원 잃어버렸다 되찾은 70대 안도의 한숨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손자들의 대학 등록금에 쓰려고 4년간 모은 적금을 현금으로 인출했다가 길에서 잃어버린 70대 남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돈을 되찾았다.

27일 부산 금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1시 45분 부산시 금정구의 한 노상에서 문모(73) 씨가 5만원권 100매 2묶음(1천만원)을 실수로 떨어뜨렸다.



1∼2분 뒤에 돈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아차린 문씨는 발걸음을 돌려 현장으로 왔지만 돈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문씨가 잃어버린 돈은 올해 고등학교 3학년과 1학년인 두 손자의 대학 등록금으로 쓰려고 4년 전부터 노인 일자리로 번 20만원을 매월 적금으로 모은 것이었다.

문씨는 최근 북한의 핵실험 등 전쟁 발발을 우려해 현금을 집에 보관하려고 적금을 해약, 집으로 가다가 돈을 잃어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4년간 손자들을 위해 모은 돈이었지만 적금에 가입한 사실을 가족에게 숨겼기에 하소연도 못 한 채 애만 태웠다.

경찰은 CCTV 등을 토대로 추적에 나서 문씨의 돈을 챙긴 정모(77·여)·박모(64·여) 씨를 특정하고 지난 8일에 정씨를, 지난 13일에 박씨를 각각 검거했다.

경찰 조사결과 전혀 모르는 사이인 두 사람은 당시 문씨 맞은 편에서 걸어오다 정씨가 먼저 돈을 발견했고 정씨 뒤에서 걸어오던 박씨도 돈을 발견해 절반으로 나눈 뒤 헤어졌다.

경찰은 두 사람으로부터 피해 금액 전부를 회수해 문씨에게 전달한 뒤 은행에 입금하도록 안내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돈을 되찾기 전까지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고 들었다"며 "피해금을 그대로 회수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정씨와 박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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