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식 금융제재' 이행 착수…'北 돈줄죄기' 가속페달
거래불가 北은행 리스트 발표…새 제제안 서명 닷새만에 이행 시작
中 금융기관들 정면 겨냥…美 '北 재정 고립' 실효성 기대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들어가는 자금을 완전히 봉쇄하려는 미국 정부의 발걸음이 한층 빨라지고 있다.
속도와 강도 모두 눈에 띄는 진척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태평양 수소폭탄 시험'까지 거론하자 이제는 시간이 정말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는 26일(현지시간) 불과 닷새 전 내놓은 대북 제재 행정명령(13810호)의 첫 이행 조치로 북한의 8개 은행과 이들 은행의 외국 지점 근무자 26명을 무더기로 제재 명단에 올렸다. 또 기존 행정명령(13722호)을 적용해 2개 은행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사실상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의 내용을 담아 역대 가장 강력한 단독 제재안으로 평가받은 이번 행정명령의 효과를 최대한 조기에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발판을 놓은 것이다.
이에 따라 지금부터는 어떤 이유라도 이들 북한 은행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들은 미국의 금융망에 접근하지 못하게 된다.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 은행들을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화 시스템에서 사실상 배제하는 수준에 가까운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는 얘기다.
미국이 지난 2010년 이란의 핵 개발을 막고자 금융 분야에 중점을 둬 시행했던 세컨더리 제재나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한 금융 봉쇄를 염두에 둔 고강도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두 차례의 제재는 큰 효과를 거뒀다. 특히 이란에 대한 금융 제재는 핵 개발 자금을 차단하고 이란을 국제 경제에서 고립시킴으로써 '이란 핵 합의'의 바탕이 됐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북한 역시 핵 협상을 위한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게 미국의 전략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정면으로 겨냥한 대상은 주로 중국의 금융기관들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해외 금융 거래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의 금융기관들이 이번만큼은 미국의 금융망과 단절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 은행들과 거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성명에서 이번 제재 이행에 대해 "전 세계에서 북한 은행과 이들 은행을 대신해 활동한 조력자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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