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코 "K팝, 중국과 정치적인 갈등으로 성장에 변곡점"
리준지에 키운 'C팝의 대부'…'서울국제뮤직페어' 연사로 참석
"20년간 성공했으나 아이돌 빠른 주기로 대체…지속성 고민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지난 20년 동안 K팝은 성공적이었지만, (중국과의) 정치적인 갈등과 이슈가 변수로 작용해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차이나 팝(C팝)의 대부'로 불리는 중국 에이뮤직 라이츠 매니지먼트의 빌리 코 대표는 K팝의 현재를 이렇게 분석했다.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개막한 '2017 서울국제뮤직페어'(뮤콘)에 연사로 참석한 그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K팝이 최근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린 것은 (중국과의) 정치적인 문제로 다른 선택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출신인 빌리 코는 아두(阿杜), 리준지에(林俊傑) 등을 스타로 키워낸 유명 작곡가 겸 프로듀서다. 다양한 국제 포럼에서 강연을 진행했고, 중국의 '나는 가수다'와 미국의 '차이니스 아이돌' 등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K팝을 비롯한 아시아 음악 시장에 조예가 깊다.
그는 "최근 도쿄에서 한국과 일본 가수들이 출연한 '에이네이션' 공연을 봤는데 확실히 K팝 가수는 일본 가수보다 비주얼, 보컬 등의 역량이 앞섰다. K팝 가수는 국제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기준치 이상의 높은 자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까지는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향후 K팝 시장이 10년을 어떻게 운영할지는 충분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속성'이란 측면을 지적했다.
그는 "음악 산업에서 핵심 가치는 얼마나 지속 가능성인데 K팝은 이런 측면에선 한계를 보인다"며 "엑소나 블랙핑크 등 새로운 아티스트가 시장에 진입했지만 아이돌을 빠른 주기로 대체할 뿐이어서 다음 도약을 위한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 3대 음악 시장인 미국, 일본, 영국에서 성공한 아티스트들은 다량의 히트곡을 성장 동력으로 월드투어 등을 하면서 지속성을 보인 공통분모가 있다면서 K팝의 대표 가수였던 비나 보아와는 다른 행보라고 예를 들었다.
"오래된 밴드인 메탈리카나 스콜피언스는 지금도 중국에서 공연을 하며 수익을 내죠. 다량의 히트곡이 있기 때문이에요. (대만 가수) 저우제룬(周傑倫)은 최근 10년간의 행보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역시 많은 히트곡이 있기에 2년에 걸친 투어에서 회당 3만명씩 200개의 공연을 열며 큰 수익을 냅니다. 지속 가능한 투어를 할 자산이 있다면 중국 시장은 미국만큼 좋은 시장입니다."
지난해부터 사드 정국으로 중국에서 한국 연예인의 활동이 제한되고, 일부 중국 음악사이트에서는 K팝 차트가 한동안 사라지기도 했다. 중국판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신드롬을 일으킨 황치열처럼 현지 예능에서 얼굴을 알린 가수들 역시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는 "중국은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신흥 시장으로 비치지만 여러 체계나 사업적인 구조에서 여건이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은 미흡한 시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증거는 없지만 정치적인 문제로 장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으로선 중국에 진출하는 뾰족한 방법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드 정국 이후에도 K팝이 여전히 중국 음원차트에서 상위권에 오른다고 하자 그는 중국 내 K팝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는 "정치적인 문제를 차치하고 중국 전체로 봤을 때 사실 K팝의 영향력은 아직은 크지 않다"며 "중국 3대 음원사이트인 큐큐, 쿠고, 쿠워에서 중국 음악이 80%, 서양 팝이 10%, K팝과 J팝이 5%씩의 점유율을 보인다. 시장 점유율이 적은 알리뮤직과 바이두뮤직 등 어떤 차트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3대 음악사이트에서 5%의 점유율은 크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방법으로 두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테일러 스위프트처럼 큰 시장에서 유명세를 떨치면, 중국에서도 수월하게 성공한다"며 "또 한국 가수 더원이 중국판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성공했는데 유명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단, 쇼에 출연해 유명세를 얻는 것은 수익을 빨리 내는 데 유용한 첫 단계일 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방법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국의 한국 예능 베끼기가 반복되는 등 대중문화 콘텐츠의 저작권이 보호되지 않는 현실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도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중국은 급속한 도시 개발 직후인 2014년부터 IT(정보통신 기술)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면서 저작권법이 변화하기 시작했다"며 "해외와 일할 때는 정부가 저작권을 보호해주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과는 현재 정치적인 긴장감으로 인해 제재 노력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mim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