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대표 신상필벌 강화…잘하면 더 혜택·전과자 원천봉쇄
WBC·올림픽 우승하면 FA 1년 등록일수의 41%인 60일 보상 혜택
금고 이상 전과자·도박·병역비리·성범죄 연루자 대표 발탁 원천차단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6일 발표한 3차 이사회 결과에서 에이전트 제도 전면 도입과 함께 가장 시선을 끄는 대목이 국가대표 선수들의 '신상필벌' 강화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주요 국제대회의 대표 선수 발탁과 대표팀 운용을 위임받은 KBO는 공을 세운 자에게 반드시 상을 주고, 죄를 지은 자에겐 벌을 준다는 원칙을 대표 선수 발탁 과정에서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태극마크에 더욱 큰 자부심을 느끼도록 매력적인 '당근'을 내건 게 핵심이다.
KBO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국가대표팀에서 뛴 선수들에게 자유계약선수(FA) 등록일수를 보상해왔다.
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프리미어 12 대회 3위 이상 등의 성적을 올렸을 때 KBO는 대표팀 소집일부터 해제일까지 태극마크를 단 날짜를 프로야구 정규리그 등록일수로 환산해 선수들에게 보상했다.
덕분에 선수들은 정규리그 경기를 덜 뛰고도 FA 선언에 필요한 등록일수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러다가 KBO는 올해 WBC에선 4강 이상을 거뒀을 때만 주던 FA 보상일수를 성적과 관계없이 대표팀 소집∼해제일로 계산해 선수들에게 줬다.
그러나 WBC 1라운드 탈락 후 이런 보상책이 선수들에게 동기를 크게 부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KBO는 '포인트'라는 더욱 개선된 대책을 내놨다.
WBC, 올림픽, 아시안게임, 프리미어 12와 오는 11월에 열리는 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 등 5개 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선수 1인당 10포인트를 준다. 1포인트는 FA 일수로 1일과 같다.
여기에 대회마다 성적에 따른 포인트 보상 조건을 따로 걸어 선수들의 투지를 자극했다.
24세 유망주들의 경연장인 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에선 우승하면 1인당 10포인트를 더 받는다. 결국 참가와 우승으로 20포인트를 챙기는 셈이다.
아시안게임 우승엔 15포인트가 걸렸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선수는 병역 혜택이라는 더 큰 혜택을 누릴 수 있기에 보상 포인트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올림픽과 WBC는 우승하면 최대 60포인트를 딸 수 있는 '잭폿' 대회다.
FA에 필요한 한해 1군 등록일수가 145일인 점을 고려하면 45%인 보상 포인트로 60일을 한 번에 확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대표 선수들이 노력해 좋은 성적을 올리면 더 많은 열매를 가져가도록 제도로 명문화한 셈이다.
KBO는 프로 1.5군급 선수들이 참가하는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와 23세 이하(U-23) 야구월드컵 대회 참가자에도 대회 참가와 성적에 따라 포인트를 주기로 했다.
두 대회는 우리나라의 국제 랭킹 결정에 영향을 끼친다. 이 랭킹에 따라 주요 5개 국제대회 조 편성과 대진이 결정되기에 KBO는 유리한 상황에서 대회에 임할 수 있도록 아시아선수권과 U-23 대회에도 포인트를 줄 참이다.
다만, 아시안게임(금메달), 올림픽(동메달 이상)에서 대표팀이 병역 혜택 조건을 충족하면 대표 선수 중 군필자들만 FA 보상일수 혜택을 받는다. 군 미필 선수들에겐 병역 혜택이 더 크기 때문이다.
KBO는 올해 WBC 대표 선발 과정에서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임창용(KIA 타이거즈),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 등 도박과 음주 운전 등 사회적으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선수들을 대표로 뽑았다가 거센 비판을 자초했다.
이런 잡음을 미연에 막고자 이젠 선수 선발 규정을 더욱 강화했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 유예 확정된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선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 유예 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1년이 지나지 않은 선수는 국가대표 선발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또 승부조작, 국민체육진흥법(스포츠토토) 위반, 마약류 연루, 병역비리, 성범죄로 KBO의 제재를 받은 선수도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는다.
선수 개인은 물론 팀과 KBO리그에 조금이라도 타격을 준 선수에게 태극마크를 맡기지 않겠다는 의지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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