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5년, 고용 개선에도 경기 선순환 구축은 아직"

입력 2017-09-26 16:02
"아베노믹스 5년, 고용 개선에도 경기 선순환 구축은 아직"

임금상승·소비회복으로 연결 안돼…'물가 2% 목표' 달성시기 6차례나 늦춰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재집권 5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중의원을 해산, 장기집권을 노리는 가운데 그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는 경기 선순환 구축에 못 미쳤다는 평을 받았다.

2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해외경제 호조를 바탕으로 한 엔저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익이 늘고 고용도 개선됐지만, 임금 인상 기세가 약하고 절약지향 기조로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하다.

신문은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은 정권 발족 직후인 2013년 상승세로 전환, (2014년 4월)소비세 증세로 한 차례 떨어진 직후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그간의 흐름을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은행의 전례없는 금융완화가 유도한 엔저는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수익을 늘렸고 일본경제는 견조한 해외경제 회복에 힘입어 최근 6분기(1년반) 연속 플러스 성장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경제재생상은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2012년 12월부터 이어진 경제확대가 패전 후 두 번째인 4년9개월간의 1966~70년 '이자나기경기'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경기는 여전히 미지근하다. 임금상승과 소비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구축하지 못해서다.

고용지표는 7월 유효구인배율(구인자/구직자)이 43년 만에 최고 수준인 1.52배로 상승할 정도로 좋아졌지만 임금 인상은 둔하다. 정권이 경제계를 압박해 4년째 기본급 인상이 실현됐지만, 올해는 지난 4년 중에 최저 인상폭을 기록했다. 가계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자 소매점에선 할인판매 경쟁이 치열하다.

낙관론자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조차 "임금, 물가가 오르기 어렵다는 사고가 기업이나 가계에 뿌리 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베노믹스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금융시장이다. 2012년 12월 아베 정권 발족 때와 비교하면 닛케이평균주가는 거의 두 배인 20,000선을 찍었다. 2015년 4월의 20,000선 회복은 2000년 이래 처음이다.

여기에는 일본은행의 돈 풀기로 금리가 내려가고 엔화가치는 싸진 영향이 크다. 엔화가치는 2012년 말 아베 정권 발족 때 달러당 85엔대에서 2015년 6월 125엔대까지 엔저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에 수출기업은 환차익을 보며 이익이 급증했고 주가는 뛰어오른 것이다.

미쓰이스미토모자산운용 이치카와 마사히로 수석전략가는 "일본의 독자적인 정책 주도로 엔화 약세와 주가 강세를 실현한 것은 역사적으로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2016년은 중국경제 부진과 맞물려 주가가 약세를 보여 닛케이평균주가는 2월에는 14,000대까지 내려갔다. 그후 엔저·주가 상승을 지탱한 것은 미국경제에 대한 기대 등이다. 이와 관련해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구마노 히데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서 아베노믹스 효과가 있었던 것은 2014년 10월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가 있을 때까지 뿐"이라고도 지적하기도 했다.

아베노믹스는 대담한 금융완화, 기동적 재정정책, 성장전략이라는 '세 가지 화살'을 내걸었다. 이 중 효과가 컸던 것은 2013년 4월 본격화한 금융완화다. 엔저를 불러 경제 호전을 이끈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운이 좋았었다는 지적도 있다.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 고다마 유이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권발족 직전에 경기가 바닥을 쳤었다. 행운이 따른 측면도 크다"고 했다.

물가상승률 2년내 2% 목표 달성은 아직도 못하고 있다. 무려 6차례나 시기를 연기했다. 현재는 "2019년께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전문가 다수는 달성을 의문시한다.

일본은행은 2014년 10월 추가완화, 작년 2월의 마이너스금리 정책 도입 등 추가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금리 급락은 연금이나 보험을 운용하는 국채 수익률에도 영향을 줘 노후생활 불안으로 연결됐다.

이에 따라 금리 급락을 억제하기 위해 작년 9월에는 장기금리 조작을 도입했다. 현재 일본은행이 국채를 사들이는 양은 이전보다는 줄어들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도 일본은행의 국채보유는 발행액의 40% 이상에 달한다. 금융완화 장기화로 저금리가 계속되어 재정 운용이 느슨해지는 것도 우려되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25일 오사카 시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재정은)기본적으로 민주적인 컨트롤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일본은행이 국채를 사들여 지탱하는 '재정파이낸스'도 우려되고 있다.

구미 중앙은행은 금융완화 축소 출구전략을 시야에 넣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아베노믹스를 지탱하는 기둥이라는 금융완화를 출구전략을 제시하지 않은 채 계속 중이라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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