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 한인들, 통역안내원 쿼터제에 "살길 막막" 호소

입력 2017-09-26 10:28
앙코르와트 한인들, 통역안내원 쿼터제에 "살길 막막" 호소

비대위 구성…캄보디아에 "합법화", 한국엔 "중재" 요청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캄보디아의 관광도시 시엠레아프주 한인들이 캄보디아 정부의 통역안내원 쿼터제 시행 발표를 놓고 "살길이 막막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현지 한인사회는 시엠레아프 한인회(회장 정복길)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지 한우리여행사 사무소장으로 비대위원을 맡은 김병희 씨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외교부에 '한인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니 국가적인 차원에서 중재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냈고, 캄보디아 정부에는 '쿼터제를 폐지하고 한국인 관광 통역안내원을 캄보디아법으로 합법화해달라'는 요구사항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시엠레아프에서는 주 정부가 규정한 교육을 이수하면 한국어 통역안내원 면허를 줘 한국인 관광객을 가이드할 수 있었다. 지난 2014년부터 이 과정을 통과해 안내원으로 활동하는 한인은 현재 482명이다. 이들은 6개월에 한 번씩 면허를 재연장하면서 활동했지만 주 정부는 지난해 말 이 제도를 폐지했다.

캄보디아 관광부는 폐지에 따른 후속 조치로 지난 6일 새롭게 쿼터제를 만들어 발표했다. 한국어 통역안내원을 200명으로 제한하고, 이 인원도 내년부터 매년 50명씩 감축한다는 내용이다.

정복길 회장은 "사전에 한마디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쿼터제는 4년 뒤 한국인 통역안내원을 한 명도 남겨두지 않겠다는 뜻으로, 안내원과 그 가족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정부의 일방적인 쿼터제 시행에는 최근 200명 가까이 늘어난 자국인 한국어 가이드를 보호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한인회는 보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서 근로자로 일하다가 돌아왔거나 한국어학과를 졸업해 한국어 구사가 가능하다.

한국인 관광객의 감소도 하나의 요인으로 꼽힌다. 지금까지는 "한국인 가이드가 없으면 한국 여행객들이 앙코르와트를 찾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통했지만 이제는 그런 말을 믿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캄보디아 관광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 관광객은 5∼6년 전 43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래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해 말 기준 33만여 명으로 줄었다. 그 사이 중국인 관광객은 10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한인회는 시엠레아프 전체 한인 1천500여 명 가운데 통역안내원과 그 가족, 관련 업종 종사자 등이 차지하는 숫자가 대부분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쿼터제가 현지 한인들의 실생활에 바로 영향을 주게 되는 셈이다.

정 회장은 "예상 피해 금액을 80억 원 정도로 추산하지만, 관련 업종에 미칠 여파까지 합하면 더 늘어나는 것은 물론 궁극에는 한인사회를 와해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한국어 통역원들이 한국인 관광객을 자유롭게 안내할 수 있도록 인원 제한 및 매년 감축한다는 내용의 쿼터제를 당장 폐지하라"고 캄보디아 정부에 촉구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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