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정치권, 극우 부상 충격 속 연정논의 '군불'…산넘어 산(종합)

입력 2017-09-27 01:58
獨정치권, 극우 부상 충격 속 연정논의 '군불'…산넘어 산(종합)

'자메이카 연정' 유력…기사·자민과 녹색당 간 평행선 협상 예고

기민·기사, 첫 회의 열어…메르켈, 野 선언한 사민당에 계속 구애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총선 돌풍으로 독일 정치권이 혼돈에 빠진 가운데, 차기 내각의 연정 논의가 서서히 시작되는 분위기다.

연방제이자 다당제가 정착된 독일에선 연정은 당연한 통과 의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순수하게 1개 정당이 과반의석으로 집권한 적이 없다. 더구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의 총선 득표율은 33%에 불과하다.

기민·기사 연합이 저조한 득표율로 승리하고 대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도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하면서 연정의 선택지는 좁은 상황이다.

사민당은 야당의 길을 선언했다. 당 재건을 위해선 강한 야당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데 당내 이견이 없다.



메르켈 총리로선 자유민주당과 녹색당과의 '자메이카 연정'외에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 '자메이카 연정'은 이들 당의 색과 자메이카 국기색이 유사하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기민당과 기사당 측은 26일(현지시간) 총선 이후 첫 회의를 하고 연정 논의를 시작했다.

메르켈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연정에 대해 운을 떼며 논의에 불을 당겼다. 그는 "모든 당은 연정에 참여해 안정적인 연정 형태를 만들어낼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AfD에 대해선 "(연정에) 어떤 영향도 못 준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이런 말은 사민당에 대해 다시 구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결국, '자메이카 연정' 협상 테이블이 조만간 꾸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자민당과 녹색당은 연정에 관심을 보인다.

안톤 호프라이터 녹색당 원내대표는 이날 연정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정 참여 대상인 4개의 당 간의 정책적 합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더구나 AfD의 성공으로 기사당과 자민당이 우파 노선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빼앗긴 보수 유권자들을 되찾아 와야 하기 때문이다.

'텃밭'인 바이에른 뮌헨에서 38%의 득표율로 이전 선거와 비해 참담한 성적표를 얻은 기사당은 위기의식이 크다.

AfD에 보수의제를 선점당해 끌려가는 모양새가 계속되면 다음 총선의 결과가 어두울 수 있다는 인식이다.

반면, 녹색당은 진보 정책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특히 난민 정책에선 평행선을 예고했다. 기사당과 자민당은 난민 수용 상한제를 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녹색당은 반대 입장이다. 조세와 에너지 문제도 인식의 차가 크다.

보수정당을 이끌지만, 상대적으로 중도색인 메르켈 총리로서는 조율하기가 난망한 지점이다.

올해 '자메이카 연합'이 가동 중인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州)의 기민당 소속 총리인 다니엘 귄터는 "연방의회 수준에서 자메이카 연정을 형성하기 위한 벽은 높다"고 우려를 보내기도 했다.



카트린 괴링-에카르트 녹색당 대표는 "호르스트 제호퍼 사민당 대표와의 협상은 매우 힘들 것으로, 특히 난민 문제에서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에카르트는 "바이에른주의 총리는 어려운 시기에 독일이 안정적인 정부를 가져야 한다는 데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며 연정 논의에 앞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수개월은 걸릴 협상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궁극적으론 타결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온다.

협상이 결렬되면 재선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져 AfD만 반사이익을 얻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에드문트 슈토이버 전 기사당 대표는 "난민과 안전 문제 등에서 기본적인 차이가 있지만, 정부를 형성하는 데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말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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