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타이틀 대신 프로행…한성정이 택한 '효도의 길'

입력 2017-09-25 20:25
'대졸' 타이틀 대신 프로행…한성정이 택한 '효도의 길'

장애인 부모·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상 졸업 전 프로 드래프트 '자원'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 "장남의 책임감이 지금의 한성정 만들었을 것"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홍익대 레프트 공격수 한성정(21)은 3학년 신분으로 신인 드래프트에 나서 전체 1순위의 영광을 안았다.

한성정은 25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7-2018 프로배구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 추첨을 통해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한 우리카드의 지명을 받았다.

그는 일찍 드래프트에 나선 이유를 묻는 "가정형편이 어려워서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때까지는 이 말의 무게를 아무도 알지 못했다. 한성정의 아버지 한은범 씨를 이날 행사장에서 직접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한성정은 아버지 한 씨와 어머니 김희정 씨 사이에서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신체장애 3급이고, 어머니도 장애를 지녀 나라의 지원을 받아 생활하는 형편이다.

장남 한성정은 중학교 3학년부터 연령별 대표팀에 빠짐없이 소집되며 한국 배구를 이끌어 갈 유망주로 무럭무럭 성장했다.

옥천고 재학 시절부터 그를 눈여겨본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은 "한성정이 고등학교 다닐 때 부모님을 3번 정도 뵀다"고 소개했다.

김 감독은 "아버님이 너무 순수하셨다.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 진실이 담겨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어쩌면 한성정은 그런 환경에서 성장했으니까 앞만 보고 자랐을 것"이라며 "장남으로서의 책임감이 지금의 한성정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런 책임감으로 한성정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졸업도 하기 전에 프로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전체 1순위의 영광을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해온 부모님에게 바쳤다.

한성정은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아 입단금으로 1억6천만원을 받는다.

한성정은 자신의 장점을 묻는 말에 "열심히 하는 것이 장점이다. 공격과 리시브를 두루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카드는 전력이 좋은 팀이라 당장 제가 설 자리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형들에게 많이 배우고 싶다. 기회가 온다면 꼭 잡고 싶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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