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림문학상] "미8군 연예인의 삶, 강력한 서사로 그려"
제5회 당선작 '기타 부기 셔플' 심사평
(서울=연합뉴스) 5회째인 올해 수림문학상 공모에는 221편의 원고가 몰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응모원고는 수가 많았을 뿐 아니라 전체적인 수준도 상당히 높았다. 심사위원 다섯 명 중 두 사람은 예심에서 "한 편만 고르기 어렵다"며 각각 두 편씩을 본심에 올렸다.
그렇게 해서 예심을 통과한 7편은 '기타 부기 셔플'과 '건국의 변', '바순소리', '분홍하마', '붉게 물든 그림 주워다', '유니폼', '패키지'였다. 심사위원장인 윤후명 소설가와 성석제·김숨·장강명 소설가, 정홍수 문학평론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20일 서울 동대문구 수림문화재단 사무실에서 이들 작품을 논했다.
심사위원들의 관심은 처음부터 '기타 부기 셔플'과 '유니폼', '건국의 변'에 쏠렸다. 공교롭게도 이 세 작품은 순서대로 지금의 노년 세대, 중년 세대, 청년 세대가 자신들의 20대를 증언하는 내용이었다. 1960년대의 젊음과 고도성장기의 젊음, 2017년의 젊음이 서로 다르고도 닮은 가난과 설움을 외쳤다.
'기타 부기 셔플'은 1960년대 미8군 연예인들의 삶을 성장소설 기법으로 다룬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 서사의 힘이 강력하다. '딴따라'라고 천대받으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못하는 청년들이 뭉치고 사랑하고 싸우고 헤어지는 과정을 작가는 능숙한 솜씨로 그린다.
미군 측이 분기마다 실시하는 오디션을 두고 뮤지션들이 벌이는 치열한 경쟁, '양공주' 취급을 받으며 지방 공연 때 유흥가로 팔려나갈 가능성까지 걱정해야 하는 쇼걸들, 당시 연예계에 널리 퍼진 마약과 조직폭력 등 눈길 끄는 요소도 많다. 지루하다거나 몰입이 되지 않았다는 심사위원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 재미가 오히려 문제였을까? 이 작품을 둘러싼 논의는 "'좋은 이야기'는 '좋은 소설'인가"라는 토론으로까지 확대됐다. 한 심사위원은 "편안하게 읽었지만 문제의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 소설에서 물론 이야기가 제일 중요하지만 이야기가 아닌 다른 차원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같다거나 결말이 너무 급작스럽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니폼'과 '건국의 변'은 편하게 읽을 수만은 없는 작품들이었다. '유니폼'은 실제로 있었던 미원과 미풍의 '조미료 전쟁'을 소재로 했다. 자격증 하나 없이 여상을 졸업하고 조미료 회사의 비정규직 판촉 사원이 된 주인공은 정규직이 되기 위해 지방 마트와 장터에서 사투를 벌인다. 비슷한 처지의 판매사원들이 경쟁하듯 벌이는 자기착취의 현장을 작가는 직접 경험한 사람처럼 묘파했다. 다만 이야기가 다소 상투적이고, 입담이 앞서다 보니 문장이 부실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건국의 변'은 공무원시험에 청춘을 바치는 세태를 재치 있게 풍자한다. 얼핏 황당무계해 보이는 상상력과 유머로 현실을 비판하고 메시지를 전하는 솜씨가 커트 보니것을 연상케 했다. 이 작품을 지지한 심사위원은 "언어감각과 문제의식을 다 갖췄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소재가 식상하고, 희화화를 위한 희화화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심사위원단은 표결로 '기타 부기 셔플'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기타 부기 셔플'의 작가가 35세 여성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전해 듣고는 모두 놀랐다.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낙선자들께는 위로와 감사, 응원의 말씀을 드린다.
◇ 심사위원 윤후명·정홍수·성석제·김숨·장강명 (대표집필 장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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