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진때마다 다른 측정값 왜?…"나라별로 산출식 다르다"
23일 북한 자연지진 규모…기상청 3.2 vs 미국·유럽 3.5
北 6차 핵실험 인공지진 당시 5.7∼6.3으로 나라별 제각각
기상청 "단계별 재분석·수정 발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북한에서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지진 규모를 둘러싸고 각국 기관별로 서로 다른 측정값을 내놓고 있어 혼란을 낳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은 기관마다 관측소의 위치와 규모를 산출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기상청이 25일 밝혔다.
실제로 기상청은 지난 23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인근에서 발생한 자연지진의 규모를 3.2라고 발표했다. 반면 미국 지질조사국(USGS)과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이 지진의 규모를 3.5로 분석했다.
앞서 지난 3일 북한 6차 핵실험으로 인공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기상청은 규모를 5.7로 판단했지만, USGS와 중국은 6.3, 일본은 6.1이라고 발표했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전문분석관은 "기관별 관측장비와 관측소 위치, 지진파가 통과하는 지각의 특성, 지각 특성을 보정하는 방식 등의 차이로 규모 값이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규모를 계산하는 산출식은 무궁무진할 만큼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지진은 관측소 인근에서 발생할수록 더 정확하게 진앙과 진원,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 내에 관측소를 설치·운영할 수 없어 각 기관의 관측소 위치와 산출 방식에 따라 지진 규모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 분석관은 "각 기관은 자신이 운영하는 관측소 위치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산출 방식을 선택한다"면서 "측정값이 각각 다른 만큼 어느 기관의 신뢰도가 더 높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남·북한 사이의 지각 특성상 먼 거리에서 측정·분석한 값이 오히려 더 정확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국내 관측소까지 지진파가 이동하려면 구조가 복잡한 동해 지각을 거쳐야 해 파형이 제대로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측정·분석한 값이 정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북한에서 오는 지진파는 불가피하게 동해 지각을 가로지를 수밖에 없다"면서 "이 지각이 균질하지 않아 규모 값에 왜곡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먼 거리에서는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한 맨틀을 통해 지진파가 전해지면서 왜곡이 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북한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정밀 분석을 위해 전문가들과 사후 논의를 하고 있다. 6차 핵실험 이후 9일과 15일 2차례에 걸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학계 전문가와 함께 자문회의를 열고 분석값의 정확성을 논의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상청이 당시 인공지진의 규모를 5.7로 산출한 것을 타당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6차 핵실험의 경우 저주파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보다 크게 나타난 만큼 국내 규모 산출식에 저주파 에너지를 반영할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기상청은 전했다.
이덕기 지진화산연구과장은 "향후 지진 분석의 정확성을 높이고자 단계별 재분석과 수정 발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며 "대규모 지진대응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지진 규모분석 위원회'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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