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호 음악 전세계 알리는 佛 재즈밴드 '배씨방' 아시나요
24일 청계천서 공연…리더 사예트 "한국 음악 매력은 K팝보다 트로트"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1960년대 한국 트로트 음악계를 대표하던 가수 배호(1942∼1971)의 음악을 전 세계에 알리는 프랑스 재즈밴드가 있다.
'배호의 노래를 연주하는 사람들'이란 뜻의 '배씨방' 밴드가 주인공. 이 밴드는 24일 청계천 한빛 광장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주최한 '2017 KF 청계천 음악축제'에 초청돼 배호의 히트곡을 재즈로 편곡해 선보였다.
밴드 리더인 에티엔느 드 라 사예트(42) 씨는 25일 출국을 앞두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도 잊힌 가수의 곡을 연주하는 거라 걱정했는데 예상 밖으로 청중의 호응이 좋아서 즐거운 공연이 됐다"고 기뻐했다.
배씨방은 색소포니스트 사예트를 비롯해 빅터 미슈(프랑스 호른), 스테파노 루치니(드럼), 콘소아 쉬넬(피아노), 루익 에샤(기타) 등 5인조로 구성됐다. 이들은 무대에서 배호의 노래 중에 '굿바이' '황포돛배' '임의 목소리' 등 10여 곡을 연주했다.
공연을 관람한 배호 팬클럽 회원 50여 명은 한목소리로 "배호를 널리 알리는 프랑스밴드가 있다는 소식에 달려왔다"며 "재즈로 편곡된 색다른 배호를 만나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색소폰 외에도 플루트와 키보드 연주에도 능한 사예트 씨는 13년 전 내한 콘서트를 열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때 공연장에서 만난 한국 여성과 결혼한 그는 "처가가 있는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배호를 알게 된 것은 7년 전의 일이다. 친한 한국인 음대 교수로부터 배호 음반을 선물 받고서는 중저음의 매력적인 보컬과 한국적이면서도 서양풍이 섞인 배호 음악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그는 "한국어가 서툴러 노래의 뜻은 잘 몰랐지만 달콤하면서도 애수가 가미된 음정과 오케스트라를 연상케 하는 사운드가 매력"이라며 "숨은 진주를 발견한 느낌이라서 재즈로 표현해보고 싶어졌다"고 밝혔다.
배호 노래를 수천 번씩 들은 그는 이 음악을 주변에 알리고 싶어졌다. 그래서 음악을 하는 지인들에게 들려주니 다들 좋아했다. 자신감이 생긴 그는 재즈를 가미해 편곡을 만들었고 함께 연주할 사람들을 모았다.
3년 전 '배씨방'을 결성한 사예트 씨는 "배호의 음악은 다양한 편곡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음악적 깊이가 있어서 공연 때마다 다른 버전을 선보이는 것도 매력"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10여 회의 정규 공연을 통해 배호 음악의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음반사에 데모곡을 보냈고 정식계약을 맺어 지난해 5월에 유럽, 미국, 일본 동시 발매로 첫 앨범을 출시했다.
'배씨방'이란 제목으로 편곡된 배호의 노래 10곡을 수록한 음반은 프랑스와 미국 등의 재즈 잡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1950∼1960년대 대중가요는 전통적 운율과 서구적 사운드를 결합한 독특한 매력이 있다"며 "명곡은 시대를 초월하는 힘이 있어서 다시 들어도 감동이 있기 마련"이라고 옛 노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1930∼1950년대 대표 트로트 가수인 남인수의 음악도 2곡 편곡작업을 마쳤다는 그는 "K팝이 세계적으로 유행이지만 한국 음악의 깊은 맛은 트로트나 국악 같은 올드뮤직에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한국 음악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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