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도들이 꼭꼭 눌러 쓴 시…시화집으로 정식 출판
대구 내일학교 늦깎이 졸업생 259명 참여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 성인 문해 교육기관인 대구 내일학교에서 초·중학교 과정을 마친 만학도 259명이 졸업 시화집을 정식으로 냈다.
내일학교는 그동안 비매품으로 발간하던 졸업생 시화집을 출판사 제안에 따라 판매용으로 출판했다고 25일 밝혔다.
'처음 쓰는 편지'(만인사 출판)라는 제목을 단 이 시화집 제작에는 지난 21일 내일학교 초·중학과정을 졸업한 271명 중 259명이 참여했다.
수업시간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꼭꼭 눌러쓴 손글씨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책을 구성했다.
늦깎이 학생들이 살아온 삶, 애환, 늦게나마 공부하게 된 기쁨 등을 내용으로 담았다.
초등과정을 마친 조정희(76)씨는 '우리 어머니'에서 "계집애가 글 배워서 뭐 하냐며 / 등짝을 후려치시던 내 어머니가 미워 / 꺼이 꺼이 소리 죽여 울던 소녀는 / 이제 백발의 할머니 / 가방 메고 학교 간다"며 "우리 어머니 하늘에서 / 우리 딸 장하다 하고 계시겠지"라고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을 노래했다.
김태술(63)씨는 '배우는 재미'에서 "돈 버는 재미만 좋을까? / 손자 재롱 보는 재미만 좋을까? / 지금에야 말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 공부하는 재미가 제일이더라"며 늦게 배우는 공부 즐거움을 표현했다.
조영자(63)씨는 '마음의 글'에서 "누가 알까 두려웠던 내 마음 / 나한테 뭘 적으라고 할까 봐 / 두려웠던 내마음"이라고 적어 배우지 못한 것을 들킬까 봐 두려워했던 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내일학교 관계자는 "이 밖에도 늦은 나이에 공부할 수밖에 없던 다양한 사연, 부모와 자식 사랑 등이 시로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내일학교는 명덕초, 달성초, 성서초, 금포초에서 초등과정, 제일중에서 중학과정을 각각 운영한다.
각 과정을 마친 학습자에게 그에 해당하는 학력을 인정해준다.
ms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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