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NFL 보이콧' 주장 vs 선수들 '무릎 꿇기' 저항 지속

입력 2017-09-25 02:15
트럼프 'NFL 보이콧' 주장 vs 선수들 '무릎 꿇기' 저항 지속

트럼프, 일부 선수에 '개XX' 욕설 파문…"팬들이 경기 가길 거부하면 변한다"

볼티모어 레이번스 선수들 집단 항의, 은퇴 스타들도 가세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프로풋볼(NFL)을 향한 분노를 여과 없이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으며 시위한 NFL 스타를 겨냥해 '개XX'(son of bitch)라는 욕설을 퍼부으며 해고를 주장한 데 이어 지지자들을 향해 'NFL 보이콧'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NFL 선수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릎 꿇기'를 이어가며 트럼프 대통령에 정면으로 맞서 파문이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오전 트위터에서 "NFL 선수들이 국기와 국가에 대한 결례를 멈출 때까지 팬들이 경기에 가길 거부한다면 변화가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며, 무례한 선수들을 "해고 또는 자격정지"(Fire or suspend) 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NFL 관람률과 시청률은 떨어지고 있다. 지루한 경기 탓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은 국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경기에 가지 않는다. 리그는 미국을 지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NFL 사무국과 구단주를 향해 애국심 없는 선수들을 해고하거나 자격을 정지해 시합에 출전시키지 말라고 압박하는 한편 그의 지지층을 향해서는 리그 보이콧을 주문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이후 열린 NFL 경기에서 선수들은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무릎을 꿇고 팔짱을 끼는 시위를 이어갔다.

볼티모어 레이번스 일부 선수들은 이날 잭슨빌 재규어스와의 시합에 앞서 애국가가 연주되자 즉각 항의에 나섰다. 레이 루이스 등 은퇴 스타들도 이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무릎을 꿇었고, 코치와 다른 선수들은 선 채로 팔짱을 끼며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지원 유세에서 일부 선수를 향해 "개XX"라고 욕설을 퍼부어, 선수뿐 아니라 NFL 전체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미 언론에 따르면 그는 유세에서 "우리 구단주들이 국기에 결례를 범하는 선수에게 '개XX를 당장 끌어내고 해고해'라고 말하는 걸 봤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선수를 지목하진 않았으나, 흑인 등 소수인종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 처사에 대한 항의로 '무릎 꿇기'를 한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의 전 쿼터백 콜린 캐퍼닉을 겨냥한 것으로 미 언론은 해석했다.

이에 로저 구델 NFL 커미셔너는 즉각 성명을 내고 "NFL과 선수들은 나라와 문화 통합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이런 분열적인 발언은 리그와 선수, 경기에 대한 존중의 결여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NFL의 현역 및 은퇴 선수들도 트위터 등을 통해 "내 어머니는 '비치'였던 적이 없다", "캐퍼닉, 당신과 함께하겠다" 등 글을 올리며 반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트윗을 올려 "운동선수가 NFL이나 다른 리그에서 수백만 달러를 버는 특권을 원한다면, 그는 우리의 위대한 국기 또는 우리나라에 결례하도록 허용돼선 안 되고, 국가(연주)에 일어서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해고다. 다른 할 일을 찾아보라"고 주장했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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