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백남기다"…광주 5·18 옛 묘역서 1주기 추모제
유가족 "민주주의가 무성한 숲 이루면 독재 뿌리 뽑힐 것"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여기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백남기다."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가 끝내 세상을 떠난 백남기 농민의 1주기 추모대회가 24일 광주광역시 망월동 5·18 옛 묘역에서 '우리가 백남기다'라는 구호 속에 열렸다.
대회는 민중의례와 문경식 백남기투쟁본부 공동대표의 대회사로 시작했다.
백남기 농민 약력소개, 추모공연, 각계 추모사, 유가족 인사, 분향 및 헌화가 이어졌다.
고인의 아내 박경숙씨는 유가족을 대표한 인사말에서 "독재라는 거목의 뿌리를 뽑아내지 못하고 기둥만 베어냈다"며 "촛불로 씨앗을 뿌린 민주주의가 싹을 틔워 무성한 숲을 이루면 독재도 뿌리가 뽑힐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농민회 전국 담당 사제 김인한 신부는 추모사에서 "고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에게 가야 할 길에 대한 물음을 남겼다"며 "수많은 백남기가 이 땅의 한을 풀어내고 생명의 잔치를 벌이자"고 밝혔다.
백남기투쟁본부가 주최한 이날 추모대회에는 정의당 윤소하 의원과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등 각계 인사, 농민, 종교인, 노동·시민단체 활동가 등 주최 측 추산 400여명이 참석했다.
추모객들은 대회에 앞서 고인을 기리는 추모예배를 올렸다.
투쟁본부 등은 지난 18일부터 이날까지를 백남기 농민 1주기 주간으로 선포하고 광주와 전남 곳곳에서 추모 행사를 이어왔다.
광주시 금남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백남기 농민이 마지막으로 입었던 옷, 손때 묻은 꽹과리와 옛 사진, 평소 읽던 책 등을 전시한 기록전시회가 열렸다.
전남에서는 도청 앞 기자회견, 22개 시·군청에서 추모 사진전, 지역별 촛불문화제가 개최됐다.
백남기 농민은 2015년 11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1년여간 투병 끝에 지난해 9월 25일 숨졌다.
1947년 전남 보성군 웅치면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8년 중앙대학교 행정학과에 입학해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
박정희 정권에서 2차례 제적당한 뒤 1980년 '서울의 봄' 때 복학해 총학생회 부회장을 맡았다. 5·17 비상계엄 확대로 신군부에 의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고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걸었던 쌀값 21만원 보장 공약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민중총궐기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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