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프랑스 왕궁 음악회로의 타임머신 여행

입력 2017-09-24 12:55
18세기 프랑스 왕궁 음악회로의 타임머신 여행

'윌리엄 크리스티와 레자르 플로리상' 공연 리뷰



(서울=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 윌리엄 크리스티와 레자르 플로리상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18세기 프랑스 궁전으로 바꿔놓았다. 화사한 음향, 고풍스러운 의상, 즐거운 노래와 춤을 즐기는 동안, 타임머신을 타고 18세기 프랑스 왕궁의 음악회에 참석한 듯 착각마저 일으켰다.

지난 23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한화클래식 2017-윌리엄 크리스티와 레자르 플로리상'은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대가인 라모의 오페라 두 편을 아름다운 연주와 무대로 선보이며 국내 음악애호가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옛 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재현해내는 해외 정상급 시대 악기 연주단체들이 몇 차례 내한공연을 열었지만, 레자르 플로리상의 이번 공연은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기악과 성악, 춤이 어우러진 프랑스 바로크 오페라 공연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신선했다. 국내에선 프랑스 바로크 음악이 다소 낯선 편이다. 독일 태생의 바로크 음악 작곡가인 바흐와 헨델의 이름은 널리 알려진 데 비해 륄리와 라모 등 프랑스 바로크 음악가들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국내에 덜 알려졌고 실제 공연 무대에서 프랑스 바로크 음악을 들을 기회조차 드물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진수를 완성도 높은 연주로 들려준 크리스티와 레자르 플로리상의 내한공연은 국내 음악애호가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기회였다. 지휘자와 연주자들 모두 오케스트라 피트가 아닌 무대 위에서 연주하며 극과 음악과 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점도 좋았다.

또한 그들이 선택한 두 편의 오페라는 간단한 줄거리와 부담 없는 길이, 흥겨운 춤과 춤곡들로 이루어져 있어 프랑스 바로크 음악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만한 공연이었다.

공연 전반부에 연주된 라모의 '다프니스와 에글레'의 경우 우정인 줄 알았던 두 남녀의 감정이 사랑이란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희극적인 사건들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됐다. 다프니스 역의 레이누드 반 미헬렌과 에글레 역의 엘로디 포나르의 미성은 공연 내내 귀를 사로잡았고, 느린 사라반드로부터 탬버린이 가세한 빠른 탕부랭에 이르는 다양한 춤곡에 맞춰 춤을 추는 무용수들의 우아한 동작에 눈을 뗄 수 없었다.

프랑스의 루이 15세 시대의 고풍스러운 의상을 입은 가수와 무용수들의 노래와 춤도 훌륭했지만 그들의 생동감 있는 표정과 연기, 무대를 활기로 가득 채운 연출, 그리고 리듬의 활기를 한껏 살려낸 크리스티의 지휘는 공연 내내 돋보였다.

후반부에는 루이 16세의 탄생을 이집트의 신 '오시리스'의 탄생에 비유한 오페라 '오시리스의 탄생'이 공연됐다. 전반부에 소개된 오페라 '다프니스와 에글레'에서 사랑에 빠진 다프니스와 에글레 역을 맡았던 남녀 가수가 이번에는 오시리스의 부모 역으로 출연해 전·후반의 두 오페라가 자연스럽게 연결됐고, 목동의 코믹한 사랑 장면과 주피터 신의 위엄 있는 모습이 대비되면서 음악과 무대는 좀 더 드라마틱하게 전개됐다.

특히 주피터 신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주피터를 상징하는 천둥과 천둥소리가 선더시트(thunder sheet) 등의 악기들을 활용한 음향효과로 표현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초반의 합창 부분에선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앙상블이 다소 흐트러지기도 했으나, 공연 내내 기악 연주자들과 성악가들을 향해 세심한 지시를 내리는 지휘자 크리스티의 활약 덕분에 공연 후반으로 갈수록 앙상블은 더욱 잘 다듬어지고 경쾌한 춤곡 리듬이 살아났다.

윌리엄 크리스티와 레자르 플로리상의 공연은 24일 오후 5시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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