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환수 D-99' 갈길 바쁜 강남 재건축 '속도전'

입력 2017-09-24 09:32
'초과이익환수 D-99' 갈길 바쁜 강남 재건축 '속도전'

반포 일대 줄줄이 사업시행인가…시공사 선정도 봇물

'초과이익환수 면제 책임' 내건 건설사 등장…속전속결에 후유증 우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에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추가 유예없이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재확인한 가운데 추가부담금 부과 시일까지 100일이 채 남지 않았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하는 부담금을 피하기 위해 곳곳에서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려는 건설사들은 파격적인 사업조건으로 조합원들을 유혹하고, 시간이 촉박한 일부 조합들은 '속전속결'식으로 일 처리를 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이달 말까지 사업승인 받자"

이달 들어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시행인가가 줄을 잇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선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야 하는데, 사업 절차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했을 때 최소 이달 말까지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연내 관리처분인가 신청이 가능하다는 계산에서 조합들이 일정을 서두르는 것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아파트와 잠원동 신반포14차 재건축 조합이 각각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이 가운데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는 최고 35층 높이, 2천938가구로 재건축하며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는다. 지난 22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한 달간 조합원 분양 신청을 받는다.

총 297가구의 소규모로 지어지는 신반포14차는 최근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서초구 방배13구역 단독주택 재건축 단지도 이달 초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지난 6월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지 석 달 만이다.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시공사와 공동시행방식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달 초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이들 단지의 재건축 조합들은 사업승인이 떨어진 만큼 연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간다는 계획이다.

시공사 선정으로 시끌시끌한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1·2·4주구는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단계로 이달 말까지 인가가 나길 기다리고 있다.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했던 교육환경영향평가를 사실상 통과하면서 연내 관리처분인가 신청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조합은 보고 있다. 이 경우 가구당 2억∼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3주구와 잠원동 한신4지구,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 등도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현재 1천490가구에서 재건축이 완료되면 2천91가구로 탈바꿈한다.

한신4지구는 신반포 8∼11·17차 단지에 녹원한신아파트와 베니하우스빌라 등 공동주택 7곳, 상가 2곳 등이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곳이다.

재건축을 통해 기존 2천898가구를 허물고, 최고 35층 높이의 아파트 3천685가구가 건립되는 초대형 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곳들도 관리처분인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사업시행인가를 인가를 받은 신반포15차는 최근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관리처분인가 준비에 들어갔다.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는 이달 4일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초과이익환수 면제가 확정됐다.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는 7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현재 시공사 선정을 진행 중이다. GS건설과 롯데건설이 맞붙었으며 시공사가 정해지는대로 관리처분인가 준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는 12일부터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주민공람을 진행하고 있어 이달 말 인가가 떨어질 것으로 조합은 기대하고 있다. 삼성물산·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는다.



◇ 달아오르는 재건축 수주 경쟁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면제'가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최대 목표가 되면서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공권을 따내려는 건설사들의 사업 제안은 점점 과감해지고 있다.

내년부터 초과이익환수가 시행되면 재건축 사업이 당분간 중단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재건축 시공 물량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올해 최대한 많은 사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출혈 경쟁도 불사하는 것이다.

재건축 최대어로 떠오른 반포 주공1단지 1·2·4주구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시공권을 놓고 혈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최근 현대건설이 제시한 이사비 7천만원 지급에 제동을 걸고 나서며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이파트에 이어 강남권에서 두번째로 규모가 큰 서초구 한신4지구 시공사 입찰에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면제 책임' 공약이 등장했다.

롯데건설은 최근 마감한 이 아파트 시공사 입찰제안서에서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를 접수하지 못할 경우 579억원의 부담금을 대납해주겠다고 제시했다.

또 연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초과이익환수를 피할 경우에는 579억원을 공사비에서 감액해주거나 조합원 이주촉진비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가구당 평균 2천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조합이 원하는 경우 후분양을 실시하고 3.3㎡당 5천100만원(전용면적 84㎡ 기준)의 일반분양가도 보장해주기로 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현대건설이 제시한 7천만원이 사회 통념상 이사비의 범주를 넘어선다고 봤는데 이러한 파격 조건에 대해서는 어떤 잣대를 들이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잇달아 파격적인 사업조건을 제시하면서 분양가 인상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이런 파격 혜택이 없는 조합들과의 갈등도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조합들의 속도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합원 간 의견수렴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절차가 진행될 경우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어서다.

반포동 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단지들의 최대 목표는 초과이익환수를 피하는 것이어서 웬만한 조합원의 불만들은 일단 '관리처분인가 신청 이후'에 따져보자며 대충 넘어가는 분위기가 많다"며 "관리처분신청 이후 눌러놨던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지면서 사업지연 등 후유증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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