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의 추석나기] "빈방 없어요" 애견호텔 호황…피해도 속출

입력 2017-09-25 06:12
[반려견의 추석나기] "빈방 없어요" 애견호텔 호황…피해도 속출

'애견호텔에 맡긴 개 사망'…업주 처벌 사실상 어려워

농식품부, 애견호텔 시설기준·준수사항 마련 등 관리 강화키로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이도연 기자 = "안심하고 맡길 만한 애견호텔 어디 없나요?"

열흘간의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반려동물 위탁업체도 연중 최대 성수기를 맞았다. 일부는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됐다.

그러나 애견호텔 등의 경우 사실상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어 업체 관리 부주의로 개가 다치거나 죽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아예 반려동물을 데리고 떠나려는 사람이 늘면서 '애견 동반투숙 상품'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부터 애견호텔, 애견카페 등의 시설기준을 마련하는 등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 목욕부터 산책, 특식까지 제공…애견호텔 조기마감 행렬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반려동물 위탁업소는 어림잡아 800∼900여 개로 추산된다.

위탁업소들은 애견카페나 동물병원 내에서 반려동물을 맡아 돌봐주거나 아예 위탁만 전문적으로 하는 애견호텔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주인 대신 목욕이나 산책을 시켜주는 것은 물론 끼니마다 특식을 제공해주는 '고급 호텔'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가정에서 직접 개나 고양이를 돌봐주는 '반려동물 돌보미'(펫시터)도 급증하는 추세다.

1박당 이용료는 적게는 2만 원대에서 10만 원을 훌쩍 넘는 곳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이번 추석 연휴가 길다 보니 위탁시설에는 예약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에 있는 '몰리스 펫샵'의 애견호텔도 추석 연휴 기간 예약이 이미 50% 마무리됐다.

아예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된 곳도 있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전문 위탁시설 관계자는 "대형견은 고향에 데리고 가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서울 시내 애견호텔에서는 위탁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연휴 한 달 전부터 예약 문의가 들어왔다"며 "대형견 같은 경우 열흘 치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애견호텔 운영자도 "직원 수와 공간에 한계가 있어 하루에 일정 마리 이상 예약을 받지 않고 있는데 추석 당일이 있는 3∼5일은 이미 3주 전에 예약이 마감됐다"며 "나머지 날짜 예약도 80%가량 마감됐다"고 전했다.



◇ 관리 사각지대 놓인 애견호텔…정부, 관리 강화한다

각종 반려동물 위탁시설 이용이 크게 늘면서 이들 시설에 맡긴 동물이 다치거나 죽는 등 피해 역시 속출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서울 노원구의 한 애견호텔에 위탁됐던 소형견종 비숑프리제가 대형견종인 시베리안 허스키에 물려 죽는 일이 발생한 사실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해당 소형견 견주는 자신의 반려견이 죽은 사실을 안 뒤 격분해 둔기를 들고 애견카페를 찾아갔다가 업무방해·협박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들은 소형견과 대형견을 한 공간에 풀어놓는 등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애견호텔 측 책임이 더 크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애견카페와 애견호텔 등에 대한 관리 강화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애견호텔의 경우 영업 등록이 필요하지 않은 자유 업종으로 분류돼 있어 정확한 운영 실태조차 파악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기존에 생산·판매·수입·장묘업 등 4개 업종에 그쳤던 반려동물 관련 영업 종류에 동물전시업(애견·애묘 카페), 동물위탁관리업(애견호텔, 펫 시터, 애견유치원, 애견훈련원 등), 동물미용업, 동물운송업(애견택시, 픽업 등) 4개 업종을 신설하기로 했다.

신설되는 영업은 등록제로 운영하고 시설·인력 기준, 준수사항 등을 농식품부령으로 규정해 내년 3월부터 시행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행 동물보호법상으로는 업체 측의 동물 학대 등으로 피해가 발생했을 때만 처벌이 가능한데, 이번 일은 동물 간 발생한 일이어서 동물보호법 안에서는 업체 측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는 애견호텔에 맡길 때 동물 소유주에 대한 정보와 함께 문제 발생 시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담은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등 기준을 마련해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반려견과 즐기는 스테이케이션'…동반투숙 객실 판매 7배 늘어

애견호텔에 대한 불안감 확산과 함께 여행 수요가 늘면서 '애견 동반 투숙 상품'이 급부상하고 있다.

숙박앱 '여기어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70여 곳에 불과했던 반려동물 동반 가능 숙박시설이 올해 7월 기준 210곳으로 크게 늘었다.

이들 숙소의 객실 판매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 멀리 가지 않고 도심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 트렌드와 맞물려 긴 연휴 덕분에 이번 추석에도 예약률이 크게 뛰었다.

알로프트 서울 강남 호텔이 운영하는 반려견 동반투숙 가능 상품인 'ARF'(Animals Are Fun)의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예약률은 작년 대비 4배 늘었다.

반려견 동반투숙 프로그램 '오! 마이 펫'을 운영하는 비스타 워커힐 서울 호텔도 이번 연휴에 반려견과 함께 투숙하는 고객이 작년보다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 역시 추석 연휴에 이용할 수 있는 '러브 댓 도그'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가격은 1박 기준 15만 원(세금·봉사료 별도)으로, 청소 비용 12만 원이 1회 부과된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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