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슈] 당진 대호호 간척농지 대형축사 신축 갈등 증폭
작년 3월부터 당진에 축사 건축허가 39건 신청
시 "환경오염 우려" 불허처분…축산업자 23명 행정소송·행정심판 대응
(당진=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 충남 당진시 대호호 간척농지 내 대형축사 신축을 놓고 시와 축산업자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당진시가 동시다발적으로 접수된 축사 신축 허가 신청을 '환경오염'을 이유로 불허처분하자 축산업자들이 행정소송과 행정심판으로 맞서고 있다.
뒤늦게 부랴부랴 '가축사육제한 조례'를 개정한 시는 이곳에서 축사 신축을 할 수 없도록 강화했다.
그러나 이미 토지를 매입하고 건축허가를 신청한 축산업자들은 물러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 기업형 대형축사 건축허가신청 '봇물'
2015년 12월 당진시 가축사육제한 조례가 개정된 이후 '가축사육 제한지역 지형도면'이 고시되면서 당진시 주거지역에서는 사실상 축사를 짓는 일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축산업자들이 주택이 없는 대호호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의 상당수는 경기도 평택·안성·오산시와 충남 천안·아산시 등 다른 지역에서 축사를 운영하다가 개발사업으로 보상을 받고 당진으로 이전을 추진 중인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대호호 내 대형축사 건축허가 신청은 39건에 이른다. 유형별로는 돈사 35건, 계사 3건, 우사 1건이다.
돈사의 경우 329채(사육규모 18만4천마리)가 신청됐다. 돼지 사육 규모로 볼 때 당진시 전체(32만6천마리)의 56%에 달하는 것이다.
◇ 당진시 "대호호 주변에 대형축사 지으면 환경오염 불가피…불허"
당진시는 "이들 축사 신축이 허가되면 대호호 수질오염으로 주변 생태계 파괴가 불가피하고 벼 재배 농민의 피해가 클 것"이라며 37건에 대해 불허처분했다. 검토 중인 2건 역시 불허할 계획이다.
시가 대호호 주변에 대규모 축사가 몰리는 것을 심각하게 보는 것은 대호호가 인근 지역에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용수원이기 때문이다.
이곳으로 유입되는 주요 하천의 유량이 다른 호수에 비해 적어 축산폐수가 유입될 경우 급격한 수질오염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지난해 인접한 서산시와 합동으로 대호호 수질을 검사한 결과 '6등급'으로 나타나는 등 해마다(2014년 4등급, 2015년 5등급) 수질이 나빠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시는 대호호 수질개선을 위해 중장기 대책을 수립 중이다.
시는 개발행위 허가 시 수목의 상태, 물의 배수, 하천 및 호소, 습지의 배수 등 주변 환경이나 경관에 조화를 이루도록 규정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대호호 인근 농경지, 호수, 하천 주변에 대한 축사 건축행위를 전면 불허했다.
이어 호수와 하천 인접 지역에 가축사육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축사육 제한 조례'도 개정했다.
지난 8월 공포된 조례에는 가축사육 제한지역을 기존 주거밀집지역 1㎞에서 2㎞로 바꿨고, 주거밀집지역도 기존 10가구에서 5가구로 대폭 강화했다.
대호호를 겨냥해 담수호와 담수호 유입하천 경계로부터 300m 이내에서는 축사를 신축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조숙경 시 건축허가팀장은 "경기도 권역과 천안·아산지역의 가축사육제한이 강화되자 대규모 기업형 축산업자들이 대호호 인근 간척지로 밀려오고 있다"며 "이곳에 대형축사가 난립하면 수질오염과 악취 등 환경문제와 더불어 우량농지 잠식 피해도 우려돼 축사 신축을 불허하게 됐다"고 말했다.
◇ 축산업자 "시는 법 위에 있나…불허 용납 못 해"
시의 대형축사 신축 허가에 대한 제동이 잇따르자 축산업자들은 시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현재까지 행정소송 6건, 행정심판 5건이 제기돼 쟁송(諍訟) 중이다. 일부 축산업자들은 1심 소송에서 승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면 옥현리에서 돼지를 키우려고 축사 신축 허가를 신청했다가 불허처분을 받은 축산업자 김모씨는 "법을 집행하는 행정기관이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소송을 통해 시의 결정을 반드시 뒤집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축산업자의 소송이 이어지자 지역 사회단체를 주축으로 한 주민들의 대형축사 허가 반대 집회도 열렸다.
대호호 주변 대호지·석문·고대면 주민 1천여명은 지난 4일 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호호에 기업형 대규모 축사가 들어설 경우 환경오염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시는 기업형 축사를 허가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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