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통역사' 헤일리 美유엔대사…차기 국무장관 예약?
유엔총회서 영향력 재확인…국무장관설에 본인은 "관심없다" 부인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최근 북핵위기 속에서 존재감이 급부상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차기 미국 국무장관과 대선주자로까지 이름이 오르내리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커지는 헤일리 대사의 영향력을 재확인시킨 계기였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헤일리 대사는 최근 미국 주도로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추진을 이끌었다. 이를 위해 중국·러시아와의 까다로운 외교가 필요했고, 헤일리 대사는 주요 동맹국의 지지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데뷔무대인 이번 유엔총회에서 엄밀히 말하면 헤일리 대사보다 행정부 서열이 높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같은 관료들만큼이나 헤일리 대사를 자주 동반하고 다녔다.
유엔총회 개막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총회 일정을 미리 기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지난 15일 열린 백악관 기자회견을 주재한 인사도 틸러슨 장관이 아닌 헤일리 대사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었다.
또 WP는 헤일리 대사가 유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통역사'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폭탄' 수준에 가까운 거친 언사를 늘어놓고 나면,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대통령 발언의 의미를 풀어 설명하는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기 때문이다.
WP는 그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하고 이란 핵 합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내는 인물이라는 데에도 주목했다.
이란 핵 합의를 지지하는 대다수 유엔 동료들과 달리 헤일리 대사는 이란 핵 합의에 비판적인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그의 '확성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헤일리 대사가 주목받자 워싱턴 정가에서는 그가 상대적으로 조용한 틸러슨 장관을 대체할 차기 국무장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무장관직에 관심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관심 없다"며 틸러슨 장관이 물러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헤일리 대사는 "나는 최선을 다해 대통령과 국가를 위해 일하려고 한다"며 "사람들이 이를 다르게 받아들이면 그건 내가 시간을 쏟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화당 내에서는 헤일리 대사를 미래 대선 후보로 보는 시각도 폭넓게 있다고 WP는 전했다.
인도계 이민가정 출신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지낸 정치인인 헤일리 대사는 외교 경험이 거의 없는 채로 유엔대사를 맡았으나 외국 관리들, 기자들과의 관계 구축에 공을 들였다.
반면 석유회사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0) 출신 미국 외교 수장인 틸러슨 장관은 부처 예산 삭감 등에 집중하고 언론을 기피하면서 국무부 내부에 고립됐다고 WP는 설명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수단과 콩고에 평화 사절로 틸러슨 장관이 아닌 헤일리 대사를 보내기로 한 점도 언급하며 헤일리 대사가 틸러슨 장관을 앞지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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