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명절 연휴가 더 서글픈 홀몸노인·시설 아이들
복지관 장기휴무, 경로식당 운영 안돼…생활관리사 연휴 기간 방문 없어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명절이 더 싫지, 서글퍼서…"
부산에 사는 A(86) 할머니는 다가올 명절 추석을 걱정하고 있다.
가족과 연락이 끊기고 혼자 산 지 11년째, 남들은 '명절만 같아라'며 풍요로움을 즐기는 날이지만 할머니에게는 고독의 시간일 뿐이다.
올해는 추석 연휴가 열흘이나 되지만 할머니 집을 찾아올 사람은 아무도 없다.
평소에는 다리가 많이 불편한 할머니에게 기초단체가 운영하는 지역 복지관의 생활관리사가 매주 1번씩 집으로 찾아오고 2번씩 전화를 걸어준다.
이때가 할머니 집에 유일하게 손님이 오는 날이다.
하지만 이번 추석 연휴에는 복지관이 문을 닫을 예정이어서 생활관리사가 방문하지 않는다.
대신 안부 전화만 3차례 할 예정이다.
복지관의 한 관계자는 24일 "주부들이 대부분 생활관리사를 하다 보니 명절 근무가 어렵다"면서 "연휴 직전과 직후에 방문할 계획이고 연휴 때에는 생활관리사들이 순번을 짜서 어르신들께 틈틈이 전화를 드려 상황을 체크한 뒤 응급상황 발생 시 출근하는 것으로 지침이 마련됐다"고 전했다.
부산에는 A 할머니처럼 생활관리사의 도움을 받는 홀몸 어르신이 560명이 있다.
노인복지관이나 종합 복지관이 장기휴무하면서 경로식당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던 노인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경로식당은 복지관이 밥을 차려 먹기 힘든 지역 어르신을 대상으로 급식봉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인기가 많은 곳은 하루 500∼600명의 어르신이 방문한다.
복지관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는 연휴가 길어 걱정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렇다고 운영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면서 "노인분들 중 사정이 안 좋은 분은 미리 파악해 밑반찬과 햇반 등 대체식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긴 명절이 쓸쓸한 것은 보호 시설 아동들도 마찬가지다.
아동 학대를 당했거나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동 6명이 함께 생활하는 부산의 한 그룹홈에서는 명절이면 아이들을 위한 각종 행사가 열리지만 아이들에게 가족의 빈자리를 채워주기 쉽지 않다.
그나마 어릴 때부터 시설에 들어와 자란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긴 하지만 최근 들어왔거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동들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그룹홈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이 24시간 교대로 공동체 생활을 하며 가족처럼 보살피려고 하지만 아이들이 명절날 부모의 정을 느끼는 또래들을 볼 때 심정이 어떻겠냐"면서 "가족 프로그램이 주로 나오는 TV를 틀기도 미안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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